기재부 “시스템 문제 없어” 뒷짐 공공기관은 내부감사를 하면 관련 자료를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자료공시만 의무사항일 뿐 표준화한 형식이 없어 감사보고서는 기관별로 ‘중구난방’이다.
일부 공기업은 연말감사 종합보고서를 구체적인 적발내용을 뺀 채 행정상·신분상 조치현황만 올렸다. 한국감정원과 한국관광공사 등은 수치 없이 감사 지적사항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감사 적발건수는 적지만 고위직의 대형비리가 있거나 큰 비리는 없지만 수치가 많을 때 이런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면 기관의 문제점을 부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기관은 감사에서 직원의 잘못을 적발하더라도 정직, 감봉 등 징계는 보고서에 표기했지만 경고나 주의 등은 기록하지 않았다. 성실하게 공시한 공공기관들은 행정·신분 조치 등을 많이 받은 ‘비리 백화점’으로 비치고, 불성실하게 공시한 기관은 문제가 적은 것처럼 포장될 소지가 농후하다.
언제 깨끗해지나 … 공기업 한 곳당 100여명의 임직원이 비리로 적발되는 등 공공기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 중인 공공기관 개혁에 성공하려면 고질적인 비리 문제를 해결해야만 가능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공기업 직원들이 회사로 들어가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감사원 공직감찰본부 본부장을 지낸 송기국 자산관리공사 감사는 “감사 내용이 달라도 접근 방법을 표준화하면 감사보고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이는 공공기관의 기능 효율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성실 공시나 자료 누락에 대한 주무부처의 감독 의지는 사실상 전혀 없다. 광물자원공사와 문화예술위원회 등의 경우 2년 이상 관련 감사 결과를 알리오에 올리지 않았다.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이들 기관은 “실수로 누락했다”, “알리오에 올려야 하는지 몰랐다”고 변명하며 “조속히 자료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자료를 공시하지 않더라도 관련 부처에서 이렇다 할 제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감사보고 공시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감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형식을 정형화하기 어렵다”며 “내용 전체를 빠짐없이 올리라고 했으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에게 ‘공기업도 기업인데 그렇게 다 공개해도 되느냐’고 걱정할 정도”라며 현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귀전·정진수, 세종=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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