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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다국적 농촌 ‘新농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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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26 18:42:25 수정 : 2013-05-26 18: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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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일손 없으면 농사 못 지어요”
부지깽이도 일을 한다는 농번기 부족한 일손을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3D 업종인 농사일을 기피하는 데다 초고령사회가 된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이들은 농촌의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고 있다. 첩첩산중 마을에 외국인 근로자의 입맛에 맞는 식재료를 판매하는 ‘번개시장’이 열리고, 곳곳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한명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농민들의 실랑이가 벌어진다.

24일 오전 5시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서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안치상(49)씨는 어머니(74), 아내(49), 인도에서 온 조이(40)와 함께 밭으로 향한다. 오후 2시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출하할 오이 수확을 위해서다. 점점 기력이 쇠약해지는 어머니와 자녀들을 챙겨야 하는 아내의 빈자리를 혼자서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 조이를 고용했다.

인근 금산군 추부면의 김영식(45)씨는 4년 전 부친이 돌아가신 뒤 베트남 출신 아내 토이(31)와 깻잎 농사를 짓다 장인(58)과 장모(57)를 모셔와 일손 걱정을 덜었다.

농번기가 되면 전국의 고용지원센터나 사설 인력공급 용역사무실에는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으려는 농민들이 장사진을 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출신지도 조선족 동포나 중국 한족 중심에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출신으로 다양화됐고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에서 온 인력도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우체국은 직원이 3명인 ‘미니 우체국’이지만 해외송금 건수와 국제특송(EMS) 발송 건수는 도내 1위, 전국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인근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아껴 모은 돈을 송금하기 때문이다. 해외송금 건수가 하루 평균 10여건에 이른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에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식재료를 잔뜩 싣고 온 상인들로 번개시장이 서기도 한다.

일부 농가에서는 가뜩이나 바쁜 농사철에 외국인들이 갑자기 도망을 가거나 노동법 분쟁에 휘말려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불법체류자들은 출입국사무소 단속반을 피해 농장주가 산속에 마련한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이들은 송금을 할 수 없어 몸에 찬 전대에 월급을 보관한다.

강용(48) 한국농식품연합회장은 “농촌 인력이 70대 노인들뿐이고 젊은 사람들조차 하우스 일 등 힘든 일을 기피해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경이 돼 가고 있다”며 “농촌의 ‘손발’인 외국인 근로자들과 농민들의 상생을 위해 외국인노동자 관련 농업노동법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양구=김정모·이정우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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