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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희망이다] <2부>당당한 다문화가정 ③양국문화 잇는 엘리트 세계인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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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29 14:08:26 수정 : 2013-05-29 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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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다문화홍보교사’ 몽골 출신 결혼 이민여성 ‘미가’
“한국과 세계 잇는 문화교량 역할 자부심 느껴요”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상징해 온 단일민족이라는 수사의 감도는 희미해졌다. 점점 다문화가 대세가 될 것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어린이 날·어버이 날·부부의 날에 이어 세계인의 날도 기념되고 있다. 5월20일인 세계인의 날은 2007년 제정됐다. 세계의 날을 제정할 만큼 다문화가정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 한국 이주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좋아 만나다가 결혼에 이른 부부도 늘고 있다. ‘당당한 다문화가정’ 후보를 찾아 전화로 사전 취재에 나선 때가 마침 세계인의 날이었다. 사전 취재와 섭외 끝에 취지에 합당한 ‘우리 사회의 세계인’ 후보로 서울 송파구가 추천한 이주여성을 만났다. 몽골 출신인 ‘투브신바야르 먀그마르체첵’(32). 영어로 말을 걸자 “한국 말로 해도 된다”는 친절한 말이 되돌아왔다. 긴 이름 대신 자신을 ‘미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고향 울란바토르에서도 가족과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낯설고 멀었던 느낌이 짧아진 호칭 덕분에 가깝게 느껴졌다.

◆현재 활동-다언어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

서울 송파구 마천동 주택가에서 만난 미가가 환하게 웃는다. 미가는 송파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다문화홍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몽골 출신 엘리트 이주여성이다. 그가 다문화가정 출신이 대부분인 학생들의 양해를 얻어 쉬는 시간에 수업 과정을 재현해 보였다.

몽골과 세계 문화를 가르치는 그의 표정이 밝다. 말소리가 우렁차기까지 했다. 퍼즐 게임으로 몽골의 곳곳을 설명하자 아이들이 반응도를 높였다. “그럼 몽골은 초원 말고 다른 것도 있어요?” “초원도 많지만, 서울처럼 빌딩도 많아.” 아이들이 놀이하듯 몽골의 풍습과 문화를 받아들였다.

그는 결혼해 서울에 정착한 지 3년 만인 지난해부터 다문화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센터의 다문화교사 11명이 일선 학교에서 강의하면 일반 학생과 초·중등 교사도 다문화 인식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몽골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은데, 강의를 듣고 생각을 달리했다는 댓글을 다는 초등학생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지켜본 이헌구 송파구 공보팀장은 “장기적으로 세계 문화를 원어민에게 듣겠다는 일반인을 상대로 과정을 개설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지원사업 수준을 벗어나 내국인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공동체 일원으로 참여-사회복지사로 봉사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한국으로 시집온 언니 덕분이었다. 1남4녀 중 막내인 미가는 둘째 언니가 한국으로 시집오자 2006년 한국을 짧게 방문했다. 몇 개월 체류할 때 지금의 남편을 알게 됐지만, 결혼까지는 생각을 안했다. 2년 뒤 몽골로 출장온 남편과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2008년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몽골에서 사회복지경영을 전공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이론으로 체득한 사회복지를 현장에서 적용해 보고 싶어 한다. 이즈음 한국 사회의 복지수요가 폭발하는 현장을 보면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싶다는 욕구는 더 커졌다. 교실 인터뷰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만난 미가의 책상에는 ‘사회복지사’라는 제목의 제법 두꺼운 책이 놓여 있었다. 기본 지식이 없다면 한국인으로서도 어려운 교재로 보였다.

“꾸준히 한국어 교재로 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할 거예요. 예전에도 어르신돌보미센터에 가면 어른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 교육도 좋고, 어르신 보살핌도 좋고 열심히 하려고요.”

복지사를 준비하는 그를 보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현지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하는 한국 엘리트 젊은이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서울 송파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홍보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몽골 출신 미가(오른쪽)가 학생들에게 몽골 관련 문화를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장기적인 꿈-교수로 한국 학생들 만나기


몽골어와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미가는 장기적으로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몽골 등 외국에서 온 아이들과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글로벌문화나 사회복지를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꿈이다. 엄마가 사회활동을 하자 아들이 자랑스러워한 경험도 이런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한국 적응 초창기에 시장에만 나가면 유독 아저씨들이 기분 나쁜 말을 걸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그럴 때면 “아저씨는 물건이나 파세요, 하하” 하면서 벗어나곤 했다.

미가는 “다문화라는 용어가 시혜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며 “글로벌 가정 혹은 세계화 가정이라는 말로 바꿔 사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남편은 간혹 농담처럼 “다시는 몽골 여자와 결혼 안 해”라며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래도 미가는 행복하다. 아들 ‘홍정민’에게 훌륭한 엄마로 인정받는 것도 소중한 꿈이다. 아들이 외롭지 않게 동생을 만들어주려는 가족계획도 세우고 있다.

몽골어 웹사이트와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몽골이주여성들과 교류도 이어갈 생각이다. “아이의 나라를 더 알아가고, 엄마의 모국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세상이 더 좋아진 것을 실감해요. 앞으로는 한국 사회가 더 따뜻해질 것이고요.”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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