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소득과 신용도가 낮은 소외계층을 300만∼400만명으로 추산하고, 지난 5월 시중은행에 이들을 위한 고금리적금 상품을 확대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이후 증가율은 오히려 뚝 떨어졌다. 소외계층 대상 고금리적금 상품 증가율은 지난 2월에 전월 대비 13.2%에서 3월 55.3%, 4월 40.8%로 ‘반짝’ 뛰었지만 5월에 18.1%로 급감한 뒤 지난달에는 그마저도 ‘반토막’나면서 10% 밑으로 내려앉았다.
이는 은행권이 상품 확대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 이후 가입 대상과 한도 등을 일부 확대했지만, 다른 은행들은 상품 내용 등을 변경하지 않았다.
농협은행의 경우 금리가 일반적금보다 1∼1.5%포인트 정도만 높아 타 은행에 비해 금리가 낮은 데다가, 가입계좌는 올해 1월 764좌에서 6월 623좌로 오히려 감소했다. 하나은행과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은 관련 상품을 아예 출시하지도 않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고금리적금 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것은 이 상품이 사실상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상품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은행들이 수익 악화에 고심하는 상황에서 고금리적금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상품을 늘리라고 한 건 들었지만 가입 대상 등을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상품 출시를 억지로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도록 권고는 했지만 상품 출시에 직접 개입은 할 수 없다. 다양한 고객의 수요에 맞게 상품을 출시하도록 유도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언론 등을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고금리 전용상품을 확대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소외계층을 위한 고금리적금 상품은 금융당국과 은행에서 여론을 의식해 홍보만 요란하게 한 대표적인 거품상품이라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이 실제 서민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은행이 금리 보전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여론의 점수를 따기 위해 준비 없이 실효성 없는 헛발질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유나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