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이 성공의 관건, 실패한 적 있어 선전 관심 2005년 6월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초로 준중형급 디젤 승용차인 뉴아반떼XD 1.5 VGT 모델을 내놨다. 당시 ‘5년만 타면 가솔린 차보다 44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광고했지만 1년 뒤 디젤모델 판매량은 아반떼 전체의 8.2%에 불과했다.
1년새 디젤 값이 가솔린 가격의 턱밑까지 따라온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국산 디젤차들은 점유율이 추락하면서 종적을 감췄고, 수입차가 독식하기 시작하면서 이젠 수입차 10대 중 6대가 디젤차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최근 ‘어게인(Again) 디젤’을 천명한 이유는 더 이상 디젤 시장을 내줄 수 없어서다. 아반떼와 K3가 수입차 일색인 시장을 얼마나 차지할지 주목된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005년 5월 기아차 프라이드가 국산 디젤차 시대를 연 이후로 한해 1만대 이상 팔린 국산 디젤 승용차는 없다.
프라이드는 출시 1년여 만에 전체 판매량의 49%인 5905대가 팔렸지만, 이후 출시된 쏘나타 등 준중형 차들은 전체의 10%도 넘질 못했다. 현재 승용차 가운데 현대차 엑센트, i30, i40, 프라이드 등의 디젤 모델이 판매되고 있지만, 엑센트를 제외하고는 전체 판매량조차도 1만대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다음달 아반떼 부분변경 모델과 4분기 2014년형 K3로 준중형 디젤차 출시를 공식화했다.
수입차의 독식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가장 큰 이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09년 판매된 수입차 6만993대의 22.40%가 디젤차였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 13만858대의 6만6671대가 디젤차로, 처음으로 디젤차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올해 상반기 판매된 수입차 7만4487대 가운데 59.80%인 4만4547대가 디젤차로 집계됐다. 이젠 수입차 10대 중 6대가 디젤차인 셈이다.
아반떼와 K3 디젤 모델이 얼마나 선전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들 모델이 성공하려면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수입 디젤차와의 가격 경쟁이다. 차급이 소형이지만 2000만∼3000만원대 수입 디젤차가 즐비해 가격이 너무 높으면 외면당할 수 있다. 같은 차의 가솔린 모델과 가격차도 중요하다. 수입차의 경우 디젤과 가솔린 모델의 가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국산차는 10% 이상 차이가 난다. 6000만원대인 BMW 5시리즈의 경우 가솔린과 디젤모델의 가격 차는 50만∼180만원으로, 전체 차값의 3% 미만에 불과하다. 디젤차의 강점인 ‘연비와 힘’도 뒷받침돼야 한다. 아반떼와 K3 디젤 모두 현재 i30에 탑재된 1.6 디젤엔진이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i30의 경우 복합연비가 1ℓ당 16.2㎞인데, 현대차가 8년여 전 출시했다가 ‘쓴맛’을 본 아반떼 디젤모델의 연비(1ℓ당 15.8㎞)와 엇비슷하다. 디젤엔진이 크게 진보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 성능은 예전보다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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