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원유는 그 속에 포함된 체세포 수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뉜다. 체세포 수는 젖소 유방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젊고 건강한 젖소일수록 원유 속 체세포 수가 적다.
등급별 체세포 수 기준은 1등급이 1㎖당 20만개 미만, 2등급이 20만∼35만개 미만, 3등급이 35만∼50만개 미만, 4등급이 50만∼75만개 미만, 5등급이 75만개 이상이다.
체세포 수 증가로 품질이 떨어지다 보니 원유 1등급 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전체 원유 중 1등급 비율은 2007년 58.0%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08년 57.6%, 2009년 57.7% 2010년 52.1%, 2011년 49.0%, 2012년 45.1%로 줄고 있다.
원유 품질이 떨어진 것은 2011년부터 원유 가격 산정 시 낙농 농가와 우유 업계가 2등급 원유에 대해 인센티브를 올리기로 합의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양측은 1ℓ당 23.69원이었던 2등급 원유의 인센티브를 1등급 인센티브(51.50원)와 비슷한 47원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2등급 원유 비율이 2009년 31.1%에서 지난해 40.6%로, 3등급은 같은 기간 8.3%에서 10.9%로 증가했다.
낙농 농가는 원유 품질을 높이지 않아도 적정 수준의 대가를 받을 수 있고 우유업체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더 안 좋은 우유를 마셔야 하는 상황이다. 당시 양측의 합의 내용을 두고 제기됐던 우유 품질 저하 우려가 여지없이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더구나 올해 처음 시행된 원유가격연동제로 매년 원유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 품질 저하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8월에 사료·환율 및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1년간 원유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3∼5년의 주기로 원유 가격을 결정해 매년 우유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다.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우유값 인상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6일 서울 봉래동 롯데마트에서 한 남성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밖에 정부는 최근 우유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주요 우유업체의 가격 인상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다각도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우유 가격 인상이 제과·제빵이나 발효유 등 우유를 원료로 쓰는 업종으로 파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는 등 추가적인 대응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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