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9% 전망… 실현성 의문
민간硏 “재정 적자폭 키울라” 우려… 지역공약 천문학적 재원도 큰 부담 내년에 정부 수입이 줄고 글로벌 여건마저 불투명해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복지수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의 기준으로 삼은 ‘3.9% 경제성장’ 전망치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2014년도 예산안의 초점을 경제살리기에 맞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늘어나 복지공약을 이행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계획이 실효를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재정 건전성 빨간불
정부는 애초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3%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는 2.0%에 불과했다. 올해 성장률도 앞서 4.0%를 예측했다가 이후 2.7%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예산안에 반영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9%로 종전의 4.0%보다 다소 낮췄지만 이마저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주요 투자은행(IB)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준용해 3.9%로 설정했다. 내년 이후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설정한 부분도 적정한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신흥국 시장 불안 등 하방위험이 적지 않다. 국내를 보면 경기 둔화 여파로 성장세 회복이 지연되면서 올해에만 7조∼8조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될 만큼 세입 여건이 열악하다. 반면 고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급증, 재정의 경기 대응 및 지방재정 지원 역할 등 정부의 지출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흐름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개발도상국의 위기 우려가 여전해 한국 경제의 재정 적자가 예상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를 맞아 ‘세금과 복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재정투입 극대화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수준의 재정수지(GDP 대비 -1.8%)를 유지하는 가운데 총지출을 최대한 확대했다. 총수입은 370조7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0.5%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총지출은 4.6% 증가한 357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재정 지출은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 투입해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투자 촉진 차원에서 정책금융 자금을 24조3000억원 확대하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에 1조3073억원을 배정했다. 재정지원 일자리에 2조8273억원을 투입한다.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우 애초 3조원 감축을 목표로 삼았지만 경기 여건을 감안해 1조원만 줄이기로 했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가운데)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의총에 참석해 새누리당 윤상현 수석부대표(왼쪽),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 등과 대화하고 있다. 이들은 의총에서 각각 정부의 새해 예산안과 기초연금 축소안에 대해 설명했다. 남제현 기자 |
지역공약은 내년 예산안에 3조3000억원 반영됐다. 올해보다 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신규사업의 경우 내년에는 타당성조사나 설계비, 재기획 등의 관련 비용만 들어간다. 그래서 관련 예산은 700억원만 배정됐다. 그렇지만 사업이 본격 착수되면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전체 지역공약 167개 세부사업에 들어갈 비용은 124조원으로 추정된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공약은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상당부분 후퇴하거나 사업 추진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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