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흘러나와 복부 염증 유발 정부가 의료사고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설립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숨진 가수 신해철씨의 사인을 둘러싼 의료사고 논란 속에 유가족은 중재원 대신 민형사 소송을 먼저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피신청인인 병원이 참가하지 않으면 중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일방적인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찰은 신씨를 수술한 S병원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2012년 설립 이후 지난 7월까지 총 3021건의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접수됐으나 병원의 불참으로 각하된 사건이 전체의 56%인 1684건에 달한다. 의료중재원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각하된 사건이 절반이 넘는 셈이다. 신씨의 유가족을 대리하는 서상수 법무법인 서로 대표변호사는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의료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신청한다 해도 병원 측이 응하지 않아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분쟁 중재제도는 다른 제도와 달리 피신청인에게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중재위, 소비자분쟁조정위 등 다른 분쟁조정 기구는 신청만 하면 피신청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중재절차가 시작된다. 그러나 의료분쟁 조정은 피신청인이 응하지 않으면 조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환자로서는 직접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의사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S병원 압수수색, 과실 여부 수사 쟁점
신씨의 부인 윤원희(37)씨가 S병원의 고소장과 함께 제출한 아산병원 수술기록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응급수술 당시 신씨의 소장 하방 70∼80㎝ 지점에서 1㎝ 크기의 천공이 발견됐으며 이 천공을 통해 음식물 찌꺼기가 흘러나와 복부에 염증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신씨의 시신을 부검할 계획이다.
경찰은 1일 오전 10시 신씨가 사망하기 전 장협착 수술을 받은 송파구의 S병원에 수사관 8명을 보내 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지난달 17일 신씨가 이 병원에서 장협착수술을 받은 뒤 입·퇴원을 반복하다 심정지에 이르기까지의 의무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병욱·정선형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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