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본지가 입수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최종 보고서 ‘2030년까지 존엄을 향한 길’(The Road to Dignity by 2030)에 따르면 유엔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는 포스트2015 예비 의제로 교육권 보장 등 17개를 명시했다. 여기에는 영양 공급 확대, 양성평등과 여권 신장, 물과 위생시설 유지, 안전한 주거가 포함됐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긴급대처,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활용, 적절한 경제성장과 고용, 해양자원 활용, 지상자원 보호도 포함됐다.
이성훈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운영위원은 “기존 새천년개발목표에 제시되지 않은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국제공조 강화가 의제에 포함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빈곤을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과 경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총회 산하 지속가능발전목표 공개작업반(OWG)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의제를 협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공개작업반이 제시한 의제와 관련해 “이 의제들을 모두 최종 의제로 가지고 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9월 유엔 총회에서 포스트2015 의제가 최종 결정되면 각국은 향후 15년 동안 이를 바탕으로 국제개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국제개발 분야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유엔 주도의 국제적 합의가 중요하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의 경우도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새천년개발목표의 어떤 의제와 관련됐는지를 밝히도록 명시돼 있다.
포스트 2015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주도하에 톱다운(상명하달) 방식으로 지정된 기존 새천년개발목표와 달리 각 나라가 기존 예비 의제 협의 과정부터 적극 참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내년 9월 최종 의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어떤 의제를 강조하고 어떻게 협상할지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이번 최종 보고서에 언급된 예비 의제의 상당수가 정식 의제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혁상 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장은 “만약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새로운 의제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각국과 유엔이 논의한 프로세스를 부정하는 꼴”이라며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본격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 보고서와 다르게 포스트 2015 최종 의제가 선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개발지원 분야의 주체인 상당수 선진국이 17개 예비 의제가 많다며 불만을 품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국제개발 분야 관계자는 “일부 선진국이 유엔에서 반대한다면 지금 선정된 의제들이 헝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과 데이비드 핼럼 영국 포스트2015 담당특사는 10일 서울에서 열린 한·영개발협력정책협의회에서 양국이 포스트2015 개발목표 이행점검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데 함께 노력해 나아가기로 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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