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수익프로그램 마련 필요
독서 위한 공간 의미 해쳐선 안돼 “작은도서관은 ‘풀뿌리 독서문화운동’의 시작이고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지요.”
정기원(사진)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가 13일 작은도서관의 이용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놓은 시각이다. 정 이사는 그러면서 작은도서관의 가장 바람직한 운영 방법은 자생능력을 갖춰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여러 작은도서관이 설립되지만 1년도 안 돼 문을 닫는 곳이 많다. 도서관 운영 미흡과 전문성 부족, 재정의 어려움 때문이다. 도서구입비, 인건비, 프로그램 재료비, 시설유지비 등 지속적인 투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정 이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50년 넘게 운영되는 문고와 사립도서관이 많다. 이들 도서관은 처음부터 아무런 지원 없이 설립돼 지역의 독서운동을 주도한다. 후원자를 모집하고 자체 프로그램 운영으로 수익을 얻는 등 스스로 노력하는 덕분에 도서관이 제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작은도서관들도 주민들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 이사는 조언한다. 그렇게 하지 못해 난관에 봉착하는 도서관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작은도서관 설립자로부터 ‘도서관을 멋지게 리모델링하고 장서를 구비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가만히 있을 거면 도서관 문을 닫으라’는 게 당시 그의 조언이었다. 작은도서관은 대출과 열람 기능만을 갖춘 도서자료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교육·문화 활동, 주민들과의 교류 등 문화 정거장으로서의 역할도 있다”며 “지역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알리는 등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강사와 재능기부는 문화 프로그램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작은도서관의 문화 프로그램이 프로그램 자체로 그쳐서는 안 된다. 도서관이 ‘독서’를 위한 공간인 만큼 문화 프로그램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전체 인구의 10% 수준으로 낮은 우리나라 독서인구를 늘리기 위한 것이 작은도서관의 설립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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