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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왜 삼성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나

입력 : 2015-04-15 16:31:54 수정 : 2015-04-15 17: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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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매출의 4분의 1… 백색가전에서 '마지막 자존심' 전쟁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반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백색가전부문 포기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지시할 만큼 잘 나가는 휴대폰, 반도체, TV와 달리 생활가전에서 심각하게 LG전자에 밀린 적이 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터치폰인 ‘프라다폰’, 프리미엄 휴대폰의 대명사 ‘블랙라벨 시리즈’로 초콜렛폰, 샤인폰, 시크릿폰과 뉴 초콜렛폰 등 디자인과 감성을 결합한 신제품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삼성전자 휴대폰을 맹추격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2003년 발간한 자료를 보면 LG전자는 당시 삼성전자에 이어 뒤늦게 유럽에 휴대폰을 처음 소개한 이래 2000년부터 불과 3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매출규모를 늘리며 유럽시장에서만 무려 2500만대의 휴대폰을 팔았다. 가트너(Gartner Group)는 LG 휴대폰에 대해 “아주 매력적이고 쓰기가 무척 편하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시간이 지나 2014년 연결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06조2100억원, 영업이익은 25조3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기간 LG전자는 연간 매출액 59조408억원, 영업이익 1조8286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매출은 삼성전자의 4분의 1 수준을 조금 넘고 영업이익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이 나빴던 게 다행이라면 위안이 될까. 매출 229조원, 영업이익 27조원을 각각 거둔 2013년 삼성전자 경영실적을 고려하면 이 같은 비교는 더 무의미해진다.

9년 연속 세계 TV 판매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한 3월 한 달간 SUHD TV 판매량이 1200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모델이 논현동 삼성 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에서 초대형(88형) SUHD TV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조차 늑장대응

LG전자가 이렇게 초라해진 데에는 스마트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공통적이다. 애플이 2007년 1월9일 첫 번째 아이폰을 선보이자 삼성전자는 울트라폰, 가로본능 등 최고의 히트라인을 과감히 접고 스마트폰 개발에 몰두해 아이폰4 발표에 즈음한 2010년 6월 갤럭시S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에 삼성 휴대폰 20년 기술력을 총집결시켰다.

반면 LG전자는 초콜렛폰 성공에 안주해 디카폰 등 고기능폰을 고집하다 스마트폰 개발에 한참 뒤처지게 됐다. 오는 29일 LG G4 공개를 앞두고 스마트폰 기술력에 있어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후발업체로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두주자에게 이미 내준 상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사이즈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아이폰6의 양호한 판매 ▲갤럭시S6에 대한 높은 시장의 관심 등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심화에도, G4의 판매대수는 G3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 G4의 올 한해 연간 판매대수를 G3 대비 15% 늘어난 920만대”로 추정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6 판매 시점과 LG전자의 G4 출시가 겹치면서 G4 판매에 부담이 존재하지만, G4 판매량이 연간기준 840만대로 G3 판매량인 지난해 580만대를 상회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갤럭시S4가 세운 역대 최다 판매기록인 7000만대를 넘을 것이란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에 대한 기대를 감안하면 미미한 실적이다.

아이폰 역시 건재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당초 전망치인 7150만대를 300만대나 초과 달성해 지난해 4분기 7450만대 팔린 아이폰 판매량은 올해 1분기에도 54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모건스탠리는 애플이 2분기에도 4500만대에 이르는 아이폰6를 주문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외에도 금융투자회사 UBS와 바클레이스 또한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5800만대, 5400만대로 각각 전망한다.

실제로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조사 결과, LG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5910만대로 ▲1위 삼성전자 3억1700만대 ▲2위 애플 1억1980만대는 물론 7000만대를 넘어서는 레노버-모토로라와 화웨이에도 뒤진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3강은커녕 5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판매액수 기준으로는 3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애플 양강과 견주면 갈 길이 멀다.
LG 세탁기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글로벌 세탁기 시장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 모델이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프리미엄급 LG 세탁기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백색가전…‘마지막 자존심’ 완성나선 삼성-지키기 나선 LG

스마트폰만 삼성전자에 밀리는 게 아니다. 전자회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TV에서도 LG전자는 9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라는 챔피언에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도전자 신세로 밀려난 처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SUHD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뒤 가파른 판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 SUHD TV는 국내 출시 이후 매주 평균 30%를 넘는 판매 신장을 나타내고 있다. SUHD TV의 전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출시된 커브드 UHD TV의 같은 기간 판매량과 비교해도 30% 이상 높다.

특히 본격적으로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한 지난달에는 한 달 간 SUHD TV 판매량이 고가임에도 1200대에 달했다.

9년 연속 글로벌 TV시장 1위를 고수한 삼성전자의 영상 기술력이 총 집대성된 SUHD TV는 올해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CES 2015 최고 혁신상’을 비롯해 세계 유명 테크 매거진이 수여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 어워드를 36개나 휩쓸며 “현존하는 TV 중 가장 좋은 화질의 TV”로 평가받았다.

이제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우위를 보이는 분야는 세탁기 정도가 유일하다.

LG 드럼세탁기는 6년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역대 최대인 14.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가전시장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LG전자는 세탁기 사업에 대해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점유율 10%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는 사상 최대인 12.4%를 기록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생활가전사업 전부를 접을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던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3인 공동대표를 둔 ‘3두(頭)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때 소비자가전 부문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부근 사장은 승부욕이 강하기로 유명하며 삼성 TV를 글로벌 1등으로 만든 주역이다. 앞서 지난해 윤 사장은 “프리미엄 냉장고에서 확실하게 1등해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차질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삼성 TV를 세계 1위로 키워낸 삼성전자 내 최고 에이스 중 한명인 윤부근 사장을 소비자가전 담당 3인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 이래 소위 백색가전에 공격적인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부근 사장이 소비자가전을 맡으면서 반도체 권오현, 모바일 신종균, 백색가전 윤부근의 ‘3톱 체제’로 그룹 차원에서 소비자가전에 대한 전사(全社)적인 의지를 보여주자 소비자가전 부문 임직원들이 패배주의를 극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인케이스와 쇼케이스로 나눠진 획기적인 냉장고 내부 공간 활용을 보여준 지펠과 프리미엄 라인인 셰프 컬렉션, 상·중·하 3개의 팬으로 디자인 완성도와 기술적 혁신을 이룬 이른바 김연아 에어컨 등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지금 냉장고와 에어컨에서는 지펠·하우젠 브랜드가 디오스·휘센을 누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LG전자는 조성진 생활가전(HA)사업부 사장을 중심으로 가전명가의 마지막 자존심을 수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 사장 역시 승부욕이 강하기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조 사장도 LG 트롬 세탁기를 글로벌 1등으로 만든 LG전자 내 최고 에이스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둘의 경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나 한국가전의 글로벌 위상을 한 차원 끌어올릴 것만은 분명하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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