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협 맞서 강력한 안보공조 필요 한·미동맹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최근 우리는 이와 유사한 질문에 종종 직면해 왔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결정을 하면서도 그랬고,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과 미·일안보지침 개정을 보면서도 그랬다. 더욱이 미국 의회에서 대북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준비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도 한·미 간의 대북정책 공조에 틈새가 생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한·미동맹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 일본, 북한과 한·미 양국의 관계가 모두 변화와 조정의 국면에 접어들어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미묘한 시기에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
그러나 한·미동맹 관계에 있어서 아직도 변하지 않은 한 가지 확고한 사실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방위공약이 굳건히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체제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곤궁에도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했고, 수백기의 미사일과 수천t의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SLBM)을 실험한 것도 이를 잘 증명해 준다.
이처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북한이 도저히 오판할 수 없을 정도의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대북 억지력 유지에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이다. ‘안보는 산소와 같다’는 말이 우리에게만큼 적절하게 들리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입장에 대한 국내 정치적 반론이 존재한다. 하나는 북한의 경제위기를 지적하며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강조가 지나치다고 비판하는 입장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군사위협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대북 포용정책과 경제지원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이 보여주듯 북한이 핵과 경제를 모두 가지게 되면 우리에 대한 위협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미국에 대한 방위의존에 따라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이다. 방위비 분담에서부터 대외정책의 자율성 제약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취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은 우리의 협상력에 따라 좌우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력을 키워 협상력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큰 불안요인이다. 가장 직접적으로 우리의 안보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굳건한 한·미동맹은 북한의 증가하는 군사적 위협에 대한 신뢰할 만한 억지 수단이다. 한·중관계나 한·일관계를 비롯한 다른 대외적 이슈에 있어서는 우리의 국익에 기초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미국을 설득해 나간다면,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대북 억지력’과 우리의 ‘대외정책 자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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