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
하지만 정부는 정작 추경의 규모와 사용처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추경은 특성상 하루라도 빨리 편성·집행돼야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정부의 미흡한 준비로 경기 부양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추경안 조기 처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다 추경을 위해 국가부채만 늘어나고 효과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정부 발표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추경과 기금, 공공기관 투자 등으로 구성된 ‘15조원α’ 규모의 재정보강책을 편다. 추경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세입 5조원, 세출 5조원α’ 수준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메르스와 가뭄 등 예측하지 못한 요인들로 인해 경기 침체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경 등을 통해 2%대로 추락할 우려가 제기되는 경제성장률을 3% 선에서 방어한다는 복안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성장률 전망치 3.1%는 추경 등 효과가 포함된 것”이라며 “(재정보강이 없이) 현 상태로는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과거 추경 사례를 살펴보면 추경을 제때 활용하면 경제활력을 높여 정부 예측과 비슷한 정도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나타냈다. 가장 최근 추경이 있었던 2013년에는 17조3000억원이 편성돼 그해 성장률 0.367∼0.384%포인트를 끌어올린 효과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도 올해 경제지표는 모두 하향 조정됐다.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는 40만명으로 5만명 낮아졌고, 고용률 전망치도 66.2%에서 66%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종전 2.0%에서 대폭 하락한 것으로 담뱃값 상승 요인을 제외하면 0%대 초반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침체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규모와 사용처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정부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추경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가 번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정부는 3%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추경 편성에 속도를 냈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추경 규모와 사용처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5조원알파’라는 재정보강 규모만 먼저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정부는 ‘늑장 추경’ 지적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메르스 충격을 면밀히 검토해 다음달 초에는 국회에 제출할 생각인데 이런 속도는 역대 추경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추경안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당초 추경은 정부보다는 정치권에서 편성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추경 편성을 발표한 25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으로 기류가 급변했다. 다음달 초 추경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늑장 추경’에 정치권 상황까지 나빠지면서 빚만 늘고 추경 효과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재정건전성 악화는 풀어야 할 숙제다. 추경 재원의 대부분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추경 편성 이후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의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말 530조5000억원(잠정)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570조1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추경 편성을 고려하면 올 연말 국가채무는 580조원 이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그러나 추경으로 인해 경제가 살아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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