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첫 달조차 미국시장 1위는 '아이폰6'
“글로벌 스마트폰의 히트모델 판도가 바뀌고 있다.” 주요 국가별 스마트폰 히트모델 분석.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중국·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5개 국가 중 단 한 곳에서도 삼성전자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커녕 노트를 포함한 갤럭시 시리즈를 판매순위 1위에 올리지 못했다.
25일 홍콩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판매물량 기준 미국 내 판매순위는 애플의 ‘아이폰6’가 갤럭시S6 신규 출시에도 여전히 1위를 고수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가 각각 2, 3위에 올랐다. 아이폰6 플러스는 4위, 갤럭시 노트4는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 같은 결과는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월별로 3000종 이상의 스마트폰 모델 판매량 자료를 집계해 정기 분석을 한 4월 및 5월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여름철로 접어들고 있지만 삼성전자 영업실적에는 아직 봄소식조차 전해지지 않은 앙상한 계절이다. 서울시 서초동 소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세계일보 DB |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 시장에 대해 “애플과 삼성이 1위에서 5위권을 차지하고 6~8위권에 LG전자 제품들이 포진돼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한국 시장과 유사하다”며 “한국과 비슷하게 사업자가 주도하는 까닭에 전통적으로 국내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강세를 보여 국내시장 못지않은 효자 노릇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한국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지위가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판매량 기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점유율은 33%까지 폭증했다. 지난해 9월까지 만해도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아이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같은 해 10월 두 자릿수인 10%를 넘어선 데 이어 불과 한 달 사이 무려 3배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60%에서 46%로 14%포인트나 급감했다.
톰 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사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 역사상 외국산 브랜드가 20%를 넘긴 적이 없다”고 분석하면서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지난 4월말 한국·싱가포르·베트남 시장의 작년 12월28일부터 올해 3월28일까지 석 달 만에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갑절 이상 뛰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5’를 개최하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공개했다. 언팩 행사 참석자들이 체험존에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금액으로는 미국에 이어 2위이지만 물량만 놓고 볼 때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우에도 샤오미와 애플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5위권 바깥에서도 삼성전자를 찾아보기 힘들며 레노버, 화웨이 제품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내 판매순위는 ▲1위 애플 ‘아이폰6’ 16기가바이트(GB) ▲2위 샤오미 레드미2(Redmi2) ▲3위 애플 ‘아이폰6 플러스’ 64GB ▲4위 샤오미 Mi4 ▲5위 샤오미 레드미 노트 순이었다.
중국 다음으로 거대 시장인 인도를 보면 모토롤라, 노키아, 삼성전자 그리고 인도 현지업체들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인도 판매 1위는 모토롤라가 달성했으며 2위에는 샤오미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3위다. 브라질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삼성전자는 3위부터 상품명이 거론되기 시작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아예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4월 판매물량 기준 인도네시아 판매순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상위 5위 안에 하나도 들지 못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인도네시아가 흥미로운데, 애플·삼성과 같은 글로벌 메이커들이나 샤오미 등 중국산을 제치고 1위로 등극한 브랜드가 ‘SMARTFREN’이라는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흥시장에서 글로벌 메이커가 아닌 현지 업체들이 선전하는 모습은 이제는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S6’·‘갤럭시S6 엣지’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1450만대로 추측된다. 지난 4월10일 첫 출시 후 3주간 4월 판매량이 610만대, 5월 판매량은 840만대 규모로 각각 파악된다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추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패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전작 ‘갤럭시S5’도 판매 초기에는 출시된 지 두 달도 채 안 돼 글로벌 1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초반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갤럭시S6가 성공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갤럭시S6 엣지 스페셜 에디션. 사진=삼성전자 |
오히려 ‘갤럭시S6’ 공개를 본 뒤 대기수요가 애플로 돌아서면서 ‘아이폰6’ 판매가 되레 증가하고 있다는 암울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모델별 글로벌 4월 합계 판매량 순위에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출시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각각 1, 2위로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 갤럭시S6 시리즈가 전작을 뛰어넘었지만, 아이폰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고 보도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스마트폰 판매대수를 기존 8100만대에서 7500만대로 하향조정했고, 이중 갤럭시S6의 판매대수를 2100만대에서 1800만대로 낮췄다”며 “갤럭시S6와 저가폰 등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해 실적에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 2분기 전사 실적에 견인차로 촉망받던 삼성전자 ‘갤럭시S6’ 마케팅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15일부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를 삼성·신한·KB카드의 이동통신사 제휴카드로 구매하거나 구입 후 이동통신비 신규 자동이체를 신청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고객 전원에게 4만9000원 상당의 무선 충전기를 무료로 증정하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S6’ 시리즈 판매가 생각만큼 좋지 않다는 움직임이 이미 한 달 전부터 감지되고 있었다”면서 “삼성전자가 모바일 마케팅 전략 수립에 벌써 한 달 넘게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의 신작 스마트폰인 ‘G4’도 판매세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여 국내 전자업계의 2분기 경영실적 부진은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커다란 몫을 담당하는 정보통신(IT) 수출도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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