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 보전 후손에 물려주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메르스라는 전염병 공포가 온 나라를 휩쓰는 와중에 가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은 국민적 불신과 공분을 일으켰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킨 세계적인 뉴스로 정부와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시스템이 작동에 실패한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메르스를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인 정보가 국민과 공유되지 않았고, 개인을 우선시하고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공중보건 수칙과 개인의 매너를 지키지 않은 것도 전염병 전파에 한몫을 했다.
과학자들은 메르스의 원인 바이러스는 이집트무덤박쥐로부터 유래해 낙타를 거쳐 인간을 감염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박쥐는 바이러스와 인연이 깊어 관박쥐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가져왔고, 과일박쥐는 에볼라를 일으켰다. 메르스는 고온건조한 지역의 풍토성 전염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지에서 주로 발병했다. 도시화, 개발활동, 생태계 교란 등으로 박쥐의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사람 주변에 박쥐가 살게 되면서 인간이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도 해외여행 때 음식물과 함께 낙타, 말, 코끼리, 조류, 파충류, 곤충 등 가축이나 야생동물 접촉에 주의해야 함이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
1989년부터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전면 자율화됐지만 국제적인 매너와 보건위생 기준으로 보면 개선이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양보하지 않거나, 큰 소리로 떠들고, 길이나 화장실에서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고,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이나 재채기 하는 행동 등은 예의범절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비말을 막기 위해서는 손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등 개인위생을 지키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가 필요하다. 좋은 매너는 상대를 존중한다는 표현이자 나의 품격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매너는 사람의 행동과 습관으로 공손함을 나타내는 행동 기준으로 사회가 강제화하지는 않지만 권장하는 것으로 자신을 절제하면서 따르는 행동 양식인 것이다.
16세기에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는 어린이는 부드러운 식물과 같아서 어릴 때부터 바른 매너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체스터필드 백작 4세인 스텐호프는 예절을 사회적 성공에 중요한 도구임을 가르치면서 에티켓이라는 용어를 현대적으로 도입했다. 영국 런던대 위생센터의 밸러리 커티스 박사는 위생, 예절, 문화적 규범 등 매너는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특히 위생과 관련된 매너는 질병의 전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일차적으로 부모가 꾸준히 가르쳐 습관화하고, 아동의 건강에 해를 미치는 행동을 자제하며, 공중위생과 관련된 규칙은 엄격하게 지킬 것을 역설했다. 성인에게 위생 매너는 몸에 배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어야 하며, 위생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주변의 눈총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배려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보살피려는 마음이라면, 매너는 그 배려가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배려는 가장 중요한 매너이고, 매너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현대 생활 속에서 예의범절과 공중위생 수칙을 지키는 기본에 충실해야 존중받는 세계시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생물 서식지 파괴에 따른 바이러스의 창궐 등 자연의 역습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연생태계를 보전해 후손에게 넘겨주는 것은 지구촌시대에 가장 기본적인 매너이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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