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상 여아선호 이미 현실, 인구 구조변화 정책적 대비해야
“딸 낳는 비법이 정말 있나요?”
지난해 결혼한 이모(32)씨는 얼마 전 산부인과에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용기를 내 의사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내년쯤 2세 출산을 계획 중인 이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접한 ‘딸 낳는 방법’의 효용성을 몹시 궁금해하던 차였다.
지난해 결혼한 이모(32)씨는 얼마 전 산부인과에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용기를 내 의사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내년쯤 2세 출산을 계획 중인 이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접한 ‘딸 낳는 방법’의 효용성을 몹시 궁금해하던 차였다.
육아 블로그나 여성 커뮤니티에는 ‘육류나 달걀, 콩 등 산성식품을 많이 먹으면 딸을 낳을 수 있다’거나 ‘여성의 배란일 등을 이용해 딸의 임신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인터넷에 나온 속설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딸을 바라는 이씨는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계속 해야 할 상황이라 아이는 하나나 둘만 낳을 생각”이라며 “성별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기왕이면 딸을 갖고 싶어 지금도 주변 어르신들에게 비법을 캐묻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오랫동안 지속됐던 ‘남아선호’는 이제 옛말이 됐다. 7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출생 여아 100명 대비 남아의 수를 뜻하는 ‘출생성비’가 1990년 116.5에서 2013년에는 105.3으로 뚝 떨어졌다. 생물학적으로 정상적인 자연 출생성비는 103∼107으로 본다.
여섯 살과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초등학교 교사 김수연(35)씨는 딸을 낳으려고 올해 셋째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딸 쌍둥이를 둔 부부가 옆집으로 이사를 온 뒤 그런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김씨 부부는 가끔 옆집 아이들을 돌봐줄 때마다 아들들에게서는 맛보기 힘든 애교 섞인 몸짓과 말투에 흠뻑 빠졌다. 김씨는 “성장한 딸들이 자기 엄마와 속 깊은 얘기를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처럼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다”며 “시댁 식구들도 ‘요새는 아들보다 딸이 효도한다’며 응원해주셔서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아선호’ 현상과 맞물려 이미 주민등록상 수로 여성이 남성을 추월한 ‘여초(女超)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이에 따른 정책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남성 중심의 의식구조와 제도, 생활 환경 등을 재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출생인구는 남아선호가 사라졌지만, 기성세대에는 아직 남성중심문화가 남아 있는 불일치가 사회적 혼란과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다”며 “인구 구조의 변화로 여성의 사회 참여와 남성의 양육 분담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인구학과 교수도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는 산아제한 정책을 하면서 남아 선호현상이 팽배해졌는데 우리나라가 이를 극복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미래에는 중년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고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건강증진대책 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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