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발 중인 200여 가지의 GM(유전자 변형) 식물 가운데 최종 승인에 가장 근접한 것은 ‘레스베라트롤 생산 쌀’ 등 4가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8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16차 LMO(유전자변형생명체) 포럼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한 농촌진흥청 박수철 GM작물개발사업단장은 “바이러스 저항성 고추ㆍ가뭄저항성 벼ㆍ레스베라트롤 생산 쌀ㆍ제초제 내성 잔디 등 네 가지 GM 식물은 안전성 평가를 거의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안전성 평가를 마친 GM 식물은 정부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야 상업화가 가능하다.
박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357건의 GM 식물이 최종 검증 단계인 안전성 심사를 거쳐 아무 때나 상업화가 가능한 상태”이나 “국내에선 정부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한 GM 식물이 아직 단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 세미나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레스베라트롤 생산 GM 쌀.
레스베라트롤은 레드와인의 대표 항산화 성분이지만 쌀과 밀 등 곡류엔 존재하지 않는다.
박 단장은 “농진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 백소현 박사 팀이 일반 쌀에 레스베라트롤 생성 식물유전자를 넣어 고급 포도주와 비슷한 수준의 레스베라트롤을 생산하는 GM 쌀을 만들었다”며 “이 GM 쌀을 실험동물에 먹였더니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일반 쌀보다 47%나 더 줄여주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레스베라트롤 생산 GM 쌀은 같은 동물실험에서 좋은 콜레스테롤인 혈중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일반 쌀보다 20% 더 높여줬다.
레스베라트롤 생산 GM 쌀은 이미 6∼7년 전에 개발이 완료됐고 안전성 평가를 거의 마친 상태다. 하지만 GM 쌀은 아직 온실 밖으로 나올 수 없다.
박 단장은 “쌀은 주식이므로 GM 쌀이 빛을 보려면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스베라트롤 생산 GM 쌀을 식용으로 보급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농진청은 GM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아직 높고 사회적 갈등을 부를 수 있다고 판단, GM 쌀이 안전성 평가를 통과해도 안전성 심사 요청은 상당기간 보류할 방침이다.
레스베라트롤 생산 GM 쌀의 경우 논란을 일으킬 것이 불 보듯 뻔한 식용 대신 화장품 원료 등 산업용으로 정부에 최종 심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 대응 가뭄저항성 GM벼와 바이러스 저항성 GM고추도 안전성 평가 통과를 목전에 둔 상태다.
◆바이러스 질병에 잘 견디는 GM 고추 생산 기술, 한국이 세계 유일 확보
박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뭄 등 기상재해로 인한 농작물 손실은 병충해의 10배에 달한다”며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가뭄저항성 GM벼는 일반 벼에 비해 15∼20%의 생산량 손실 방지 효과를 나타냈다”고 소개했다.
또 일반 고추에 바이러스 질병이 돌면 25∼90%의 생산 피해를 보게 된다. 바이러스 저항성 GM 고추는 현재로선 고추 바이러스 질병 피해를 막아주는 유일한 대안이다.
박 단장은 “고추에 바이러스 저항성 유전자를 넣는 기술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만 갖고 있다”며 “인도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수출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GM 잔디는 제주대 생명공학부 이효연 교수가 개발 중이다. 식용(食用)인 GM 벼는 환경유해성과 인체유해성 등 두 가지 안전성 평가를 모두 거쳐야 하지만 비식용(非食用)인 GM 잔디는 환경유해성 검사만 받아도 된다.
박 단장은 “GM 잔디가 상용화되면 잔디밭의 잡초방지를 위해 농약(제초제)을 뿌리는 횟수를 연간 7회에서 4회로 줄일 수 있어 환경 보호에 이롭다”며 “잡초 관리 비용(1만㎡ 기준)이 기존 잔디가 1600만원 이상인데 비해 GM 잔디는 30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GM 쌀을 포함한 GM 작물의 개발은 우리나라 주변 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선 해충저항성 GM 쌀, 일본에선 삼나무 알레르기 예방 GM 쌀이 개발됐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경희대 식품생명공학과 김해영 교수는 “GM 식물의 개발과 상업화는 미래의 고(高)부가가치 창조를 위한 식물생명공학 발전의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국산 GM 식물의 상업화를 기대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박 단장도 “국내에서 개발된 GM 식물을 당장 실용화하자는 얘기는 아니다”며 “미래의 ‘먹거리’인 GM 식물 개발 기술력은 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선 소비자의 안전은 물론 국내 LMO(유전자변형생물체)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새로 개발된 GM 식물에 대한 정부의 인체 및 환경 안전성 심사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오상석 교수는 “정부의 안전성 심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LMO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LMO 포럼 세미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정부 출연 연구기관) 산하 한국바이오안전성 정보센터, LMO 포럼 운영위원회,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가 공동 주최했다.
헬스팀 이재승 기자 admin3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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