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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추천제는 낙하산·특혜… 공정성 확보 시급”

입력 : 2015-10-14 21:25:29 수정 : 2015-10-14 2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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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음악산업 발전 세미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사람들은 CD나 테이프를 사는 방식으로 음악을 소비했다. 요즘은 멜론, 벅스, 엠넷뮤직 등 음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아 듣거나, 다운로드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음악을 선택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골라 들었다면 지금은 한 곡에 600원인 다운로드 가격,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부담 없이 다양한 곡을 즐긴다. 이런 소비패턴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이 음원사이트 차트다.

음원사이트는 일, 주, 월 단위로 음원차트를 공개하고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에 따라 1시간 단위로 바뀌는 실시간 차트도 올린다. 소비자는 차트 상위권에 랭크된 곡이 좋은 음악, 인기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차트가 소비자들의 기호만이 아닌 음원 유통사의 의도나 외부세력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면 어떨까.

13일 서울 상암동에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에서 음원유통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박진규 대외협력실장(왼쪽 두번째)이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용 경희대 교수, 박 실장,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헌 CJ E&M 디지털뮤직사업 부장, 이채영 국제음반산업협회 한국지부 대리, 정진영 헤럴드경제 기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제공
음악업계가 음원 차트의 불공정 문제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Liak)는 13일 서울 상암동에서 디지털음악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와 멜론, 엠넷닷컴, KT뮤직 등 음원사이트 관계자, 바른음악협동조합, 국제음반산업협회 등 음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건 음원 추천제도였다. 소비자들은 음원사이트의 추천음악을 자연스럽게 더 듣게 된다. 또 추천음악은 차트와 함께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차트 전체를 다운로드받거나 스트리밍으로 들을 경우 같이 듣게 된다. 경희대 경영대학 김민용 교수는 “추천과 비추천곡이 소비되는 차이는 크다”며 “추천제도는 불공정한 특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2012년 데이터 분석 결과 추천을 받은 곡의 평균 차트진입 기간은 0.5일로 나타났다. 한 번 차트에 오른 곡은 반복해서 들려지기 때문에 차트에 오래 남는다. 차트 내에서 추천곡은 순위가 떨어지는 속도가 느린 반면 비추천곡은 순위 하락 속도가 빠르다. 추천곡은 평균적으로 2주일 동안 20∼30위를 유지하지만 비추천곡은 1주일 내 50위권 밖으로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트 순위는 순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위권에 랭크되는 곡들은 음원 수입이 증가함은 물론 향후 방송, 공연 등 활동 섭외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음원사이트의 추천 하나로 해당 곡과 아티스트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음원 유통사가 음원 사이트 운영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자사의 곡을 추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기준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멜론의 추천곡 중 로엔엔터가 유통한 곡은 57%로 나타났다. 벅스(유통사 벅스)는 20%, 엠넷닷컴(CJ E&M)은 27%, 올레·지니(KT뮤직)는 42%로 역시 자기 유통사 곡 추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자기 회사에 특혜를 주는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음악서비스 추천제도는 낙하산이고 100% 특혜”라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추천제를 폐지하는 방향이 옳다. 불가능하다면 추천곡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추천곡은 차트가 아닌 다른 곳에 노출시키는 등 개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음원유통사들은 반론을 제기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박진규 대외협력실장은 “멜론의 자사 추천 비율이 높은 이유는 로엔엔터의 음반 유통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고, 추천한다고 해서 무조건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쏟아지는 음원 속에서 엄선된 음악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일 자체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추천이 아닌 소비자 각각의 기호와 데이터에 맞는 추천제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CJ E&M 이동헌 부장은 “차트로 인한 불공정 시비를 없애기 위해 소비자가 차트 보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최근 불거진 음원 사재기 논란 역시 차트 때문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차트 순위가 음악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 몇몇 기획사나 아티스트 측에서 브로커를 통해 단시간에 스마트폰 여러대로 스트리밍을 집중 재생해 특정곡을 차트에 올리려는 일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음원사이트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정상적 스트리밍 패턴을 보이는 경우는 걸러내 차트에 반영되지 않으므로 기획사나 아티스트들은 사재기 브로커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는 사후 조치일 뿐 매시간 바뀌는 실시간 차트에서 짧은 시간 내 발생하는 공격을 방지하거나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재기 수법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문체부 하윤진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음원사재기 행위가 적발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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