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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중·일 협력시대 다시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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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3 18:00:36 수정 : 2015-11-03 21: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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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정상회의 복원 의미 있는 성과
한·중·일 FTA 통일기반 조성 기여
3년 반 만에 동북아 3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됐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행사였다.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미국의 요청으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야 했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으로 참가한 중국은 3국 정상회의를 통해 그 장을 마련해준 꼴이 됐다. 중·일 정상회담이 역사문제 설전으로 길어지면서 주최국 정상이 3국 정상회의 개최를 기다리게 만들었고, 3국 정상회의 후의 기자회견 때에는 각 정상이 어색한 표정으로 각자 할 말만 하고 질의응답 시간도 없었으며, 한·일 정상회담은 점심시간이 다 돼 끝났지만 두 정상이 점심도 같이 하지 않고 헤어졌다.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대개 화려한 의전과 미사여구로 각 정상이 자국민에게 잘 비쳐지도록 하는 이벤트인데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
그렇다고 이번 3국 정상의 만남이 성과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3국 정상회의를 복원시킨 것 자체가 크나큰 성과이다. 한·일 관계나 중·일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거기에 미국과 중국마저 남중국해의 인공섬 문제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판국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정례적 개최를 복원시키기로 합의했으며, 3국 협력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공동으로 천명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도발행동에 대해 3국이 함께 분명히 경고한 것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의 성과이다. 또한 3국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전시키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특히 3국 정상이 한·중·일 FTA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가속화’시키기로 한 부분은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성과이며 앞으로 큰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경제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미국과 중국에 의해 양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21세기 세계경제 게임의 룰’을 스스로 주도하겠다고 선언하고 있고,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RCEP 등을 통해 맞서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미·중의 양대 세력권으로 분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더욱이 한·중·일 FTA는 그 자체로도 매우 큰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 협력을 견인하고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이나 한반도 통일 환경 조성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도 외교안보적으로도 한·중·일 FTA를 강력히 필요로 한다. TPP 설립협상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미·일동맹과 중국의 격돌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갈구하는 우리나라에는 한·중·일 FTA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한·중 FTA 연내 발효를 위한 양해각서가 우리나라에 묘수가 될 수 있다. 한·중 FTA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의 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일본으로 하여금 한·중·일 FTA 추진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만드는 전략적 가치도 크다. 미국은 한·중 간의 밀착을 한국의 TPP 가입 유도로 막으려 할 것이고, 일본은 한국의 중국시장 선점을 한·중·일 FTA로 막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중 FTA 조기 발효와 한·중·일 FTA 추진이 우리나라 대외전략의 한 축이 돼야 하는데,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이 길을 열어가는 실마리가 마련됐다. 그런데 한·중 FTA는 지난해 11월에 타결되고 올해 6월 정식서명이 이루어졌지만 현재 국회에서 비준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의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우리의 대외전략을 위해서도 한·중 FTA의 조속한 발효가 필요하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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