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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지구 지키는 창조의 길] (19) CCS기술의 현주소와 과제 / 온실가스 처리, 땅속 저장안 주목… 국내선 2021년돼야 가동/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신기술 적용… 정부, 울릉도 해저지층에 매립 추진/ 바닷물 산성화 등 오염 가능성 남아
제21차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총회는 2020년 이후를 대비한 ‘신기후변화체제’를 선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개발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신재생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새로운 화두의 시대가 온다. 전 세계는 신기술을 총동원해 온실가스를 줄일 묘수를 찾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신기술이 바로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Cabon Capture & Storage) 기술이다. 정부는 지난달 동해 울릉도 부근 해저지층에 CCS 저장 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다가올 신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CCS 기술의 현주소와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동해 울릉분지 CCS 저장 후보지 선정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16일 울산에서 60㎞ 떨어진 동해 울릉분지 아래 지층 공간을 대규모 이산화탄소(CO₂) 저장 실증사업 예정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0년부터 국가 CCS 종합추진계획을 수립해 국내 해양 지질에 CO₂를 저장할 공간을 탐색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앞으로 10년간 7225억원을 들여 연간 100만t의 CO₂를 저장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CS는 화력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CO₂를 모아 육상이나 해저에 저장하는 기술로 온실가스 감축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발전 후 발생하는 CO₂를 모으고, 이를 선박이나 파이프라인으로 육지나 해상의 저장소로 보낸다. 정부는 2012년 울릉분지 대륙붕 아래에 CO₂를 저장할 공극(퇴적물 입자 사이의 틈새)이 있는 주입층과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덮개층을 발견해 이 지역을 조사했다. 앞으로 울산에 대규모 CO₂ 임시 저장소가 생기고 이를 울릉분지까지 약 60㎞ 구간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한다. 울릉분지 위에는 파이프라인과 연결된 해상플랜트를 띄워 연간 100만t의 CO₂를 울릉분지 지하 2.5㎞ 아래에 가둔다는 계획이다. 올해 예산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사업은 본격화되는데, 이미 기본 기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척돼 실제 설치까지는 5∼6년이 걸려 이르면 2021년에는 실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사업 본격화

노르웨이는 1996년부터 CCS 기술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이 나라는 자국 전력의 90%를 수력발전이나 풍력발전 등 청정에너지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온실가스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준비했다. 노르웨이 앞바다인 북해에서 석유와 가스가 나오는데 이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처리하기 위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산업계에 CCS 기술을 확산하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했다. 업체들은 CCS 기술을 활용해 CO₂를 연간 100만t 저장하는 데 170억원을 쓰지만 이로 인해 면제받는 탄소세가 연 650억원에 달한다.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CO₂ 감소를 역설하며 국가적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신규 화력발전소의 경우 CO₂ 배출 허용기준을 설정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방안이다. 대규모 화력발전소들은 CCS 관련 기술 개발과 실용화를 위해 2010년부터 연방정부와 함께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인데, 내년부터 5∼10개의 대규모 CCS 상용화 프로젝트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에너지기후변화부(DECC)를 중심으로 CCS를 영국 산업의 CO₂ 감축의 핵심기술로 선정하고 CCS 시장에서 기술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정부 주도로 CCS 상용화에 1조70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에너지 관련 법도 개정해 신규 화력발전소는 CCS 설비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CCS와 관련한 실증사업만 50여개가 넘는다.

이번 파리 COP21을 계기로 온실가스 감축규제가 강화되면 2020년 중반부터는 실제 CCS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량의 17%를 CCS 기술이 분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CCS를 도입하지 않으면 138%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현재 목표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맞출 것이라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도 있다.

◆환경단체, 고농축 CO₂ 유출 대책 마련 촉구

전문가들은 고농도 CO₂가 유출되면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환경단체들은 CCS는 탄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는 기술이기 때문에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부정적 의견도 내놓는다.

장피에르 가투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고농도 CO₂로 인해 북극지역 해수가 산성화돼 조개류 껍질이 녹아내리는 등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경희대 유가영 교수 연구팀도 고농도 CO₂가 땅속에 오래 저장됐을 때 토양 미생물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CCS는 탄소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지 못할뿐더러 탄소를 저장하고 수송하는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며 “주류 에너지원인 화석연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진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탄소 유출 사고에도 취약하다”라고 비판했다.

정부 CCS사업 관계자는 9일 “CCS 저장소나 파이프라인에서 지진 등의 이유로 CO₂가 유출될 경우를 가정한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바다나 대기 속에는 많은 CO₂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누출로 인한 심각한 문제는 제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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