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무실은 ‘북한 형사소송법 주석Ⅰ(증거·수사·예심·기소편)’을 펴내 통일대비 실무부서 35곳과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통일부, 검찰청 등 관계기관에 배포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2012년 개정된 북한 형사소송법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형사소송법의 기본(제1장)과 일반규정(제2장)은 우리 형사소송법의 총칙에 해당한다. 제3장 이하로는 수사(제3장), 예심(제4장), 기소(제5장), 제1심 재판(제6장), 제2심 재판(제7장), 비상상소심과 재심(제8장), 판결·판정의 집행(제9장)에 관한 조문들이 규정돼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북한 형사소송법 438개 조문 중 증거·수사·예심·기소에 관한 152개의 핵심 조문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절차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범죄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 의한 수사와 검사의 기소, 재판소에 의한 재판이 진행되고 상소를 거쳐 판결이 확정되면 형을 집행한다.
그러나 북한 형사소송법은 예심 절차를 두고 있고, 영장주의 대신 검사의 강제처분 결정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북한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범죄자를 적발하는 절차로 우리의 초동수사와 유사하고, ‘예심’은 피심자(피의자)를 확정하고 범죄사건의 전모를 완전하고 정확하게 밝히는 것으로 통상의 수사 절차와 비슷하다.
수사는 검찰, 인민보안부(경찰), 국가안전보위부(국가정보원) 등 해당 법기관의 전문수사원이, 예심은 같은 해당 법기관의 예심원이 각각 맡는다. 북한의 검사는 기본적으로 기소를 담당하면서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등 검찰 이외에서 이뤄지는 수사와 예심에 대한 감시는 물론 재판이 법의 요구에 맞게 진행되는지 여부까지 감시한다. 검찰소 내에 설치된 수사원과 예심원을 통해 직접 수사와 예심을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북한의 검사는 체포·구속 등 강제처분에 대한 권한까지 갖고 있다. 북한에서는 검사의 승인만으로 압수·수색이 가능하고, 체포영장의 발부 권한도 검사에게 있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구속은 영장 없이 검사의 승인만으로 가능하다.
북한 형사소송법은 또 ‘무죄추정의 원칙’과 ‘진술거부권’을 배제한다. 인권 보호보다 진실 발견을 우선하는 북한 형사소송법은 혐의를 부인하는 피심자(피의자)와 피소자(피고인)의 진술이 거짓임이 밝혀지면 범죄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범죄가 증명된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책은 “북한의 형사소송법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진술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진술거부권은 부르주아 계급이 처벌을 피하기 위하여 고안한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북한 형사소송법은 전문법칙 등 증거의 수집·이용 제한 법리도 외면한다. 전문법칙이란 진술을 기재한 서류 등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원칙을 뜻한다. 이는 법정에서 상대방이 진술자를 직접 대면하면서 반대신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전문법칙’과 같이 증거의 수집과 이용을 제한하는 이론은 진실을 도외시하며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부르주아 계급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번 ‘북한 형사소송법 주석’ 발간에는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백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법무부 법무실 관계자는 “오는 2016년에는 ‘북한 형사소송법 주석Ⅱ(재판편)’를 발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북한의 각종 법령들을 심도있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국민과 공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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