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가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어쩌면 애국가보다 많이 듣고, 많이 불렀을 노래다. 신명 나는 멜로디에 저절로 흥이 났다. 가사도 좋았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에서 절정에 이른다.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임을 아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국문학 |
지옥 같은 나라, 한국. 우리나라를 지옥처럼 여기던 때는 지금만이 아니다. 어쩌면 수백 년간 지옥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지옥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가난과 수탈의 역사를 살면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절로 지옥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남의 나라에 침략을 당하고, 나라를 빼앗기고, 젊은이들이 끌려가는 세상. 다른 게 지옥이 아니라 이런 게 지옥이다.
그런데 왜 지금이 지옥 같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좀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천국은 몰라도 최소한 지옥은 아니지 않을까. 이 나라가 지옥이라는 말에 반발심도 든다. 나도 어려운 시절을 살았다는 항변도 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충고도 해 주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나라를 지옥이라고 이야기하는 젊은 청춘의 이야기가 곧 공감이 된다.
‘헬’은 억울함의 표현이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좌절감을 준다. 지나친 경쟁으로 멍이 든 청춘에게 대한민국은 ‘헬’이다. 또한 ‘헬’은 희망이 없다는 탄식이다. 하루하루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청춘의 자살률은 점점 높아져 간다. 삶의 의욕이 없어졌으니 그게 바로 지옥이다.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하며 헬 조선의 청춘에게 한 마디 해야 할 듯 싶지만 오늘은 그냥 그래도 힘내라고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기운 내라 청춘!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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