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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헬 조선? 그래도 힘을 내라 청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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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17 19:53:22 수정 : 2015-12-17 19: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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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때도 그랬다. 이놈의 조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구를 경험하거나, 일본의 변화한 모습을 보고 돌아온 이들에게 조선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땅이었다. 산업화된 사회를 바라보는 농경사회의 자괴감이라고나 할까. 무기력한 조국을 바라보는 지식인의 한계였을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으나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야말로 조선을 욕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가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어쩌면 애국가보다 많이 듣고, 많이 불렀을 노래다. 신명 나는 멜로디에 저절로 흥이 났다. 가사도 좋았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에서 절정에 이른다.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임을 아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국문학
‘헬 조선’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욕이라 생각했다. 헬(hell)이라는 단어는 영어에서 주로 욕처럼 쓰인다. 시도 때도 없이 ‘헬’을 넣어서 욕처럼 표현한다. 그런 의미에서 헬은 번역해서는 안 되는 말이기도 하다. 헬 조선에서 ‘헬’도 이상했지만 ‘조선’이라는 말도 매우 이상했다. 지금이 조선시대가 아니니 조선이라는 말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헬 조선이 북한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북한이 현재 ‘조선’이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 조선’은 조선시대도 아니고, 북한도 아닌 현재 21세기의 대한민국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옥 같은 나라, 한국. 우리나라를 지옥처럼 여기던 때는 지금만이 아니다. 어쩌면 수백 년간 지옥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지옥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가난과 수탈의 역사를 살면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절로 지옥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남의 나라에 침략을 당하고, 나라를 빼앗기고, 젊은이들이 끌려가는 세상. 다른 게 지옥이 아니라 이런 게 지옥이다.

그런데 왜 지금이 지옥 같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좀 살 만한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이 정도면 천국은 몰라도 최소한 지옥은 아니지 않을까. 이 나라가 지옥이라는 말에 반발심도 든다. 나도 어려운 시절을 살았다는 항변도 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충고도 해 주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나라를 지옥이라고 이야기하는 젊은 청춘의 이야기가 곧 공감이 된다.

‘헬’은 억울함의 표현이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좌절감을 준다. 지나친 경쟁으로 멍이 든 청춘에게 대한민국은 ‘헬’이다. 또한 ‘헬’은 희망이 없다는 탄식이다. 하루하루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청춘의 자살률은 점점 높아져 간다. 삶의 의욕이 없어졌으니 그게 바로 지옥이다.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하며 헬 조선의 청춘에게 한 마디 해야 할 듯 싶지만 오늘은 그냥 그래도 힘내라고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기운 내라 청춘!

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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