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4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 등의 여파로 채소와 고기 등으로 대표되는 '장바구니 물가'가 비교적 많이 오른 편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0.8%를 찍고서 줄곧 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1년여만에 1%로 올라섰다. 0%대 물가의 주된 요인은 국제유가 하락세였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는 농축수산물 물가는 비교적 상승폭이 높아, 장을 보는 소비자들은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피부에 와닿기 어려웠다.
◆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물가 3% 올랐다
올해 들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1%대 이하를 이어가던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가뭄이 심해지기 시작한 5월에 2.7%로 뛰었다. 5∼8월 4개월간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폭(2.7%·4.1%·3.7%·3.4%)은 통계청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집계하는 모든 품목 가운데 가장 컸다.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은 9월부터 11월까지도 1.7%, 3%, 1.7%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두드러지게 오른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배추·양파·쇠고기·돼지고기 등이 꼽힌다.
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도 비쌌다. 올해 한우 가격은 구제역이 있었던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비쌌고, 돼지고기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돼지고기는 5월(7.6%)과 6월(8%) 등 나들이철에 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이었고, 쇠고기는 추석이 있는 ▲9월(9.8%) ▲10월(12.2%) ▲11월(11.9%)에 물가가 많이 올랐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캠핑 인기와 정육점형 식당 확산 등으로 수요가 늘지만 사육 두수 감소 등으로 공급이 줄어든 점이 가격 상승 이유로 꼽힌다.
◆구매 빈도 높은 농축수산물, 물가 부담 크게 인식
농축수산물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낮아지는데 구매 빈도가 높다 보니 물가 부담을 크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농협이 '농업에 대한 오해와 올바른 이해' 보고서에서 통계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1년 8월 농산물 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5.9%나 상승하고 소비자물가는 4.7% 올랐다. 그러나 농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한 정도는 6.5%로 공업제품(31.7%), 서비스(55.5%) 등과 비교해 낮았다. 또 농축수산물은 공산품이나 서비스와 달리 날씨 등의 영향으로 등락을 반복, 기저효과에 따라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서민들이 즐겨찾는 야식인 치킨의 경우 현재 마리당 값이 2만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가벼운 기분으로 마시는 커피 가격은 이미 한 잔에 40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또 식당에서 주문하는 소주 가격 역시 5000원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고, 올해 초부터 시행된 담뱃값 인상정책으로 흡연자들이 느끼는 부담도 커졌다.
특히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치맥(치킨+맥주)은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가격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1만원 초반대에 주문할 수 있었던 치킨 값이 최근들어 2만원선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술·담배 등 안오른 게 없네
치맥 열풍이 불면서 맛을 다양화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 등에 비용이 들어간 영향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생닭 산지 가격이 1000원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논란은 가속화 됐다.
통상적으로 양계농가에서 사육된 닭은 평균 1600원(지난해 기준)에 가공업체로 넘겨진다. 가공된 닭고기는 1Kg 기준 2900원정도이며, 약 500~600원 수준의 비용이 붙어 프랜차이즈 본사에 판매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염지작업과 재포장을 한 뒤 약 5000원 전후의 가격으로 가맹점에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치킨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부대비용을 붙여 1만원대의 가격으로 가맹점에 넘긴다.
이를 받은 가맹점주들은 매장 운영비용과 배달비용 등을 조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만5000원 이상의 가격으로 닭을 팔게 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중간에 챙기는 금액이 치킨값의 대부분이다 보니 소비자들의 비난의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킨과 함께 마시는 맥주값 역시 인상 가능성이 큰 상태다. 지난달 말부터 소주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가운데 정부와 관련업계에서도 맥주가격을 올리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원·부재료 비용 상승과 빈병 보조금 인상 정책 등이 맞물린 만큼 소주에 이은 맥주가격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커피값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것은 치킨가격 논란이 있기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스타벅스·카페베네 등 국내에서 영업중인 커피 브랜드 중 매출 상위 7곳의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기본(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은 3900~4500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우유가 들어간 라떼 종류나 과일주스 등을 주문할 경우 5000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통상적으로 2인 이상 커피전문점을 찾는 만큼 간단히 커피를 한잔 하려고 해도 2인 기준 약 1만원의 비용이 든다.
◆프리미엄 라면 대거 출시…일반제품 대비 30%이상 비싸
이를 두고 커피전문점들은 질 좋은 서비스와 높은 매장 임대료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치킨가격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를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한 시민단체가 실시한 물가 조사에서는 모 브랜드의 커피값이 전세계 13개 도시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서민들이 가장 자주 즐겨찾는 간식이자 한 끼 식사 대용인 라면도 1500원 선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최근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짜장라면과 짬뽕라면이 대거 출시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소비자가격 기준) 1200~1500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는 기존 일반라면의 값이 600~900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30% 이상 오른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1.0%) 이후 1년만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단 1%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이 수치를 체감하지 못한다. 이는 공공요금 등 서비스 물가가 2.2%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물가는 3.0%나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낮지만 직접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된 상태로 갔었는데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0%에서 1%대로 올라섰지만 평균을 냈기 때문에 실제로 자주 쓰는 물품들의 물가는 더 올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