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 KS규격에 맞지 않는 불량 철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LH는 이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일부 현장을 중심으로 불량품을 납품한 특정 중소기업의 철선을 계속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 심사기획과와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덕신하우징은 최근 KS규격에 미달되는 철선으로 데크플레이트를 제조해 조달청과 LH에 납품하는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
국민권익위는 이같은 내용을 제보받은 뒤 지난 9월 7일 제1분과위원회를 열고 해당사항을 의결, '공공기관 건설현장 불량자재 납품 의혹' 신고사항을 경찰청과 조달청에 이첩했다. 국토교통부와 LH에도 19일까지 부패의혹 사실 조사를 실시한 후 보고토록 했다.
데크플레이트는 일반건물, 대형고층건물, 교량 등 시공 시 에이치 빔(H-BEAM) 위에 첫번째로 설치되는 바닥 금속재료다. 데크플레이트를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부으면 건물의 바닥과 뼈대가 완성된다. 현재 상업용 건물의 90%에 데크플레이트가 사용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는 지하주차장 등에 사용된다.
덕신하우징은 이 데크플레이트에 들어가는 철선을 KS규격인 13㎜ 보다 0.6㎜ 얇은 12.4~12.45㎜로 제조했다. 이 철선의 1m 당 무게로 계산하면 KS기준보다 41.9~138.4g 가벼웠다. KS기준에는 1m당 1042g 정도 나가야 하지만, 덕신하우징은 1m 당 950g 수준에 불과했다.
덕신하우징은 최근 5년간 조달청에 총 166건, 170억원 규모의 계약을 진행했다. 이 중 규격에 미달된 불량 자재는 총 122건, 133억원 규모다. LH의 아파트뿐 아니라 조달청에서 발주한 공공 건물 등에도 들어갔다.
뉴시스의 취재 결과 현재 불량 자재의 납품이 확인된 LH현장은 LH세종특별사업본부에서 관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3-3M6BL(블럭) 현장과 LH경기지역본부 오산사업단 관할의 오산세교 B6BL 현장 등이다.
이 현장은 국토부로부터 불량자재에 대한 통보를 받은 후 공사를 중단하고 나머지 잔여공사는 다른 업체에서 생산한 KS규격 자재로 교체 공사 중이다.
하지만 일부 다른 공사 현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덕신하우징이 생산한 데크플레이트를 아파트 시공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그동안 불량 자재를 납품한 데 대한 제재조치도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고 있다. 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자재는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권익위 조사결과 덕신하우징은 지난해 이 철선을 1만4512톤 생산, 약 87억원 상당의 제품을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 납품했다. 이중 KS규격에 미달되는 철선의 무게는 4.3~12.6%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억7000만~10억9000만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부당 이익금을 편취한 것 이외에도 철선의 무게를 줄여 원가를 절감해 경쟁사와의 수주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 조만간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라며 "그 전까지는 해당 사항에 대해 말씀드릴 게 없다"고 전했다.
덕신하우징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불량 자재를 납품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우리도 조사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스팀 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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