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 치러지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야당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이 격돌하며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론’ 대 ‘견제론’이라는 전통적인 구도보다 대립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국민 대부분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을 중심으로 민생·경제 이슈가 집중 부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생·경제 으뜸 화두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무능한 야당’에 대한 심판론을, 야당은 ‘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제기하며 표심잡기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하반기 국무회의 등에서 경제활성화법 처리 지연을 들어 정치권을 매섭게 질타하며 국회 책임론을 줄곧 주장한 것은 야당을 겨냥한 ‘프레임 만들기’라는 분석이 많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옛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7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기 위해 국가가 저작권을 가진 역사교과서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것은 심판론의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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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31일 통화에서 “정부·여당은 경제와 민생 문제를 집중 부각해 야당의 발목잡기를 보여주면서 야당 심판론, 국회 심판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야권은 국민 다수의 의사를 거스르면서까지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정권의 독주를 부각하며 정권 심판론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담론보다 미시 대책이 관건
최전선에서 양 심판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민생, 경제, 복지 등을 놓고 각개전투가 벌어지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경제와 복지, 민생 분야에서 선명하게 대립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은 경제활성화에, 야당은 경제민주화에 맞춰 공약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청년, 일자리, 전월세, 가계부채 등의 이슈가 제기되면서 판이 벌어질 수도 있다.
거시 대책이 아닌 미시 대책을 내놓은 정당이 선택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경제민주화 같은 거대 담론은 총선 같은 선거에서는 호소력이 떨어진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먹고사는 구체적인 민생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격차 해소로 상징되는 복지 담론도 주요 화두로 꼽힌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8일 작성한 ‘2016년 총선 대비 시대정신 파악을 위한 조사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화두는 공정, 복지, 사회격차로 요약된다”며 “한국인이 생각하는 시대정신은 ‘사회격차가 해소되고 기회의 공정성이 보장되는 복지국가’”라고 분석했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금수저·흙수저’ 논란과 같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더 이상 성공하기 힘든 현실에 대한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도 동의한다. 당내 한 핵심관계자는 “우리도 보고서를 준비 중”이라며 “지난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 복지 등이 시대적 화두였는데 현 정부에서 진전이 안 된 만큼 이번에는 (공약의) 진정성을 놓고 다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론이나 혁신을 주제로 한 정치개혁도 부각될 수 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전략실장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당 간 혁신경쟁이 불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정치권 혁신이 이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천 물갈이와 야권 연대 등이 변수
표심을 가를 주요 총선 변수로는 △난립한 야당 간 단일화·연대 △전통 지지층 결집 △여당의 공천 후유증 및 대구·경북(TK) 물갈이 성공 여부 등이 꼽힌다.
안 의원이 탈당하면서 기존 여야 간 일대일 이 아닌 일여다야(一與多野) 대결 구도가 구축될 공산이 커졌다. 윤 센터장은 “야권이 난립한 상황에서 야권 연대는 주요 변수”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른바 ‘안철수신당’이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하면 야권 연대가 오히려 가능하겠지만 신당 존재감이 없으면 새누리당과 더민주 간 일대일 구도로 짜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집토끼가 얼마나 결집할 것인지도 포인트다. 최 교수는 “투표율은 전통적인 변수였지만 이제 장년층이 늘어나면서 ‘투표율이 높아지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깨졌다”며 “여야가 지지층을 얼마나 더 결집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야 공천 결과에 따른 낙천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규모 등도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용출·김채연·이도형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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