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학자 10명은 3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석 달여 남은 4·13 총선과 새롭게 구성될 20대 국회의 의미를 부여하며 정치권 공천과 유권자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입법부가 본연의 업무인 행정부 견제에 충실하는 등 삼권분립 원칙이 확립되는 20대 국회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당과 후보자 및 유권자가 ‘삼위일체’가 돼 ‘비정상적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대 국회 의미와 전문가 당부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나름대로 정치 발전을 했다고 할 수 있으나 첨예한 여야 대결에 따른 국회 공전, 식물 국회로 국민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 등 아쉬운 면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민주주의 성장통을 지나 성년 민주주의로 갈 수 있느냐가 20대 국회의 과제”라며 “당파보다 정책을, 당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법을 지키는 국회가 돼야 한다. 자신이 만든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어느 국민이 법을 준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유권자에게 군림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국민에 봉사하는 정치, 국회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교수는 “민주화 후 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영향력은 커졌으나 견제, 감시하는 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입법부 위상이 제고되길 기대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다. 의원이 당론에 따라 논의되는 의회 구조를 타파하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성년 국회를 맞아 ‘성 평등’ 국회가 돼야 한다”며 “여성 의원이 30%를 차지해야 국회가 실질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각 분야의 전문가나 소수자 이익 대변자를 비례대표로 발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한국정당학회 회장)는 “국민의 삶을 보듬는 민생국회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4·13 총선 유권자 투표혁명 필요
유권자들은 책임의식을 갖고 투표에 적극 참여하며 정당보다 인물, 정책 중심으로 후보자를 선택해야 고질적인 지역대결 구도를 타파할 수 있다고 정치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투표혁명’이 국민통합의 길이라는 얘기다. 그런 만큼 투표에 대한 당부도 잇따랐다.
홍 교수는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묻지마 투표’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역주의 악령이 되살아난다”며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일꾼을 뽑을 때 지역주의가 청산되고 사회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한국정치학회 회장)는 “양당 지도부는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국민은 안중에 없고 우리가 결정하면 유권자는 뽑아야 한다는 사고가 있다”며 “유권자는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인물을 뽑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투표에 앞서 가족, 친지 등과 함께 토론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응징투표 없이 정치개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대 총선 공천 부적격자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극단적인 이념과 행동을 하는 사람과 납세, 병역 등 국민의 헌법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후보자”(양 교수),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자신이 주인이라 생각하는 막말 정치인”(홍 교수) 등이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지역주의 투표 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20대 국회에서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