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박근혜정부 인사는 20여명에 달한다. 청와대 참모와 공직자를 지낸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박근혜 키즈’로 불린다. 이들의 생환 여부는 박 대통령의 2016년 전반기 국정 장악력과 여권 내 권력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과 비박의 TK목장 혈투
TK(대구·경북)는 ‘당내 경선 통과=당선’이란 공식이 적용되는 새누리당 텃밭이다. TK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진실한 사람’ 발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와 장관, 구청장 등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대구 동을)와 가까운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무더기로 도전장을 던졌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고향인 대구에서 사실상 대리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차기 TK 맹주’로 성장한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불편함이 감지된다.
서구에서는 김상훈 의원이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상대로 자웅을 겨룬다. 달성에서는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종진 의원과 일전을 벌이고, 중남에선 이인선 전 경북 경제부지사가 ‘친박 마케팅’을 하며 김희국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동갑에선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류성걸 의원의 적수로 나섰고, 달서병에선 남호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의원과 내전을 벌이고 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대구 차출설이 나오면서 정 전 장관과 곽 전 수석이 대구 내에서 지역구을 옮기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심학봉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무주공산이 된 경북 구미갑에서는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이 여의도 입성을 노린다.
여당의 핵심 관계자는 31일 “업무능력을 검증받은 정 전 장관 정도는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다른 출마자들은 대부분 업무능력과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물러났기 때문에 현역 의원과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참모 출신 예비후보들은 앞다퉈 청와대 특명을 받고 내려온 ‘진박(진짜 친박)’을 주장하지만 ‘박심’(朴心·박근혜 마음)과는 무관한 인사가 적잖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총선 공천이 시작되면 공무원이나 전문가 그룹들이 2차로 TK에 투하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장미꽃 길만 가려는 이들에 대한 비판여론도 당내에서 들끓고 있다.
◆수도권·경남에도 ‘호위무사’ 난립
수도권과 경남에서도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청한 인사들이 나서고 있다. 우선 수도권에서 청와대 참모 출신들은 “박심을 얻어 출전했다”고 홍보하는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청와대 특명에 실체가 없다고 반박해 계파 대결이 치열한 양상이다. 박 대통령이 정권 초기 직접 발탁한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중구에서 표밭을 다져온 새누리당 지상욱 당협위원장과 격돌한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구와 기장군이 분구될 경우 해운대구에 출마해 비박 의원들과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적 이미지가 강한 안 전 대법관이 험지 출마를 받아들여 부산지역의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나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 장관은 분구되는 기장군에서 금배지 달기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대구 쪽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다.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최상화 전 춘추관장은 경남 사천·남해·하동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여상규 의원과 진검승부를 겨룬다. 박종준 전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세종시에서 국회 진출을 위해 뛰고 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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