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시가총액 비중 28%로↓
환차손·저유가 쇼크가 원인
산유국 순매도 주도… 유럽도 가세
‘팔자’ 기조 당분간 지속 전망
전문가 “급격한 자본 유출은 없을듯” 외국인 투자자의 ‘셀코리아’가 예사롭지 않다. 외국인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33거래일 내리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유출된 외국인 자금은 5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부담과 유가 폭락에 따른 오일 머니 이탈이 겹친 탓이다.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에 주식시장은 기진맥진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3거래일 연속 외국인 매도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3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약 5조7958억원 규모다. 외국인 이탈세가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28.63%로 떨어졌다. 2009년 8월17일(28.56%) 이후 최저치다.
검은 수요일 20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벽면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 1845.45 등이 표시된 가운데 딜러들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은 산유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재정 수지가 악화한 산유국들이 앞다퉈 해외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국내 증시에서 4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의 약 30%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유럽계 자금도 순매도에 가세했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민감한 유럽 투자자들이 원화가치가 떨어지자 환차손을 우려해 자금을 빼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달러당 41.5원(3.5%)이나 올랐다.
◆중동 자금 이탈 지속 우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셀코리아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는 국제유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국내외 여건들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형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산유국 중 사우디가 주로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지만,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 노르웨이나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주요 산유국들도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투자를 담당하는 이들 나라의 국부펀드는 중앙은행 통제하에 있어 국가재정과 밀접하게 움직인다”고 전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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