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융위기 이후 이런 공식이 깨지고 있다. 담배, 한우 등 경기의 영향을 잘 받지 않는 ‘경기비(非)민감품목’들의 가격이 경기에 역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의 박성하·최강욱 과장과 부유신 조사역은 ‘물가지수구성항목별 경기 민감도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와 물가 간 괴리 현상은 경기비민감품목의 영향력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경기민감품목에는 개인서비스가 44.6%로 절반가량 차지했고 공업제품(23.8%), 집세(18.6%)도 비중이 컸다. 예컨대 전·월세, 자장면, 소파, 수입 쇠고기, 학원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경기비민감품목은 200개(43.9%)로, 주로 공업제품(38.9%)과 공공서비스(25.1%), 곡물·축수산물(6.4%) 등의 비중이 컸다. 국산 쇠고기, 스마트폰, TV, 담배, 전기료, 설탕, 학교급식비, 주차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경기비민감품목의 약 40%를 차지하는 공업제품이 글로벌 경쟁 심화, IT(정보기술)제품 품질 조정 등으로 경기흐름과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며 “공공요금 관련 품목(약 40%), 축산물·개인서비스 등(약 20%)도 무상급식 및 보육제도, 정부의 미시적 물가대책, 한우 수급조절 정책 등의 영향을 받아 2012년 이후 경기역행적 움직임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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