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2인자인 블링큰 부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외교부 윤병세 장관과 1시간, 임성남 제1차관과 10여분 동안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모든 무역은 사실상 중국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영향력과 레버리지(지렛대)가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중국이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가 북·중무역을 직접 거론한 것은 대북 제재 일환으로 금융·무역 제재를 염두에 둔 상황에서 중국의 적극적 참여가 제재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이날 오후 서울 방문을 마치고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블링큰 부장관은 21일 베이징에서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수석차관)과 만난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도 27일 중국을 방문한다. 미 정부는 고위 인사 연쇄 방중을 통해 실효적 대북 제재를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 달라고 계속 압박할 전망이다.
블링큰 부장관은 20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질문에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다”며 “사드 문제는 한국과 충분한 협의(full consultation)를 통해서만 진행(proceed)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블링큰 부장관과 함께 기자들을 만난 임 제1차관은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한다는 데 한·미 양국의 공동된 목표를 재확인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조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양국이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링큰 부장관은 이날 외교부 방문에 앞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만나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통해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실효적인 다자·양자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한 정책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편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한·러 수석대표 회동에서 러시아 수석대표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교부 차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의 구체적이고 명백한 조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수찬·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