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금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단순히 은행에 맡긴 내 예금 금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이너스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행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0.1%로 낮췄습니다.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전에는 이자를 줬지만 앞으로는 0.1% 수수료를 떼겠다는 의미입니다.
마이너스금리는 1972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당시 원유 수출국들의 막대한 자금 유입으로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등하자 외국인의 예금에 대해 -2% 금리를 적용했다고 합니다. 돈을 내고 돈을 맡기라는 뜻입니다. 이 조치로 자금 유입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일본 외에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금리는 덴마크와 스위스가 각각 -0.75%, 스웨덴은 -0.5%, 유로존은 -0.3%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금리는 실제 고객 예금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해 발생하는 손실을 100% 고객 예금금리에 전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만약 예치금이 아닌 전체 자금에 대해 마이너스금리를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렇게 되면 은행은 손실을 감당하기 위해 고객의 예금에 대해서도 마이너스금리를 부과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하게 되는 겁니다.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돈을 내고 예금을 할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예금자들은 현금을 대거 인출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중 유동성이 더 감소해 정책효과는 사라지게 됩니다.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은행이 돈을 보유하고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해 줘 시중에 돈을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하나는 이를 통해 자국 통과 가치를 낮춰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두고 ‘경기부양 위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극단적인 처방을 써서라도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각국의 노력이 의도한 대로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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