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관례를 깨고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은 올 시즌 주장 완장을 3년차 외국인 오스마르(28)에게 맡겼다. 구단 역사상 외국인 주장은 처음이다. 스페인 출신의 오스마르는 지난 시즌 부주장으로 활약하면서 궂은 일을 도맡아 헌신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전 경기 풀타임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점도 그가 주장을 맡게 된 배경이다.
오스마르에게 올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첫 경기는 의미가 남다르다. FC서울로 이적하기 직전인 2012∼2013년 뛴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맞붙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 부리람 주장으로 FC서울과의 ACL 조별리그에 출전해 홈에서 무승부를 이끌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때부터 오스마르를 눈여겨봤고 결국 이듬해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FC서울 오스마르가 22일 태국 부리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부리람전 기자회견에서 3년 만에 부리람에 온 소감을 밝히고 있다. ACL 공동취재단 |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활약 덕분에 태국에서 그는 여전히 슈퍼스타다. 22일 FC서울과 부리람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오스마르가 기자회견에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취재진은 들썩였다. 한 태국 기자는 3년 전 오스마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보이기도 했다. 보통 ACL 기자회견에서는 감독에게 질문이 쏠리는데 이날은 오스마르에게 집중됐다. 오스마르도 부리람에 대한 옛 정을 살려 “서울과 부리람이 함께 다음 라운드(16강)에 진출하긴 바란다”고 화답했다.
오스마르는 주장을 맡아 책임감도 한층 더 깊어졌다. 지난 시즌 부주장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주장이 된 올해 느낌은 천지차이라고 했다. 오스마르는 “지난 시즌 부주장이었지만 크게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주장이 되고 전지훈련을 치러보니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전 주장들의 고충을 알겠다”며 “그래도 이왕 맡았으니 기쁜 마음으로 잘해내겠다”고 밝혔다.
주장은 선수들뿐 아니라 감독과의 관계도 원만해야 한다. 이 점에서 오스마르는 “최용수 감독과 사이가 굉장히 좋다. 주전을 꾸릴 때 의견을 제시하면 감독님이 열린 자세로 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오스마르는 개인 성적뿐 아니라 주장으로서의 목표도 생겼다. 그는 “지난해처럼 올해도 전 경기 꾸준히 출전하고 싶다. 또 내가 빼어난 주장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더 헌신하겠다”면서 “주장이 됐기 때문에 팀이 ACL과 K리그 클래식에서 모두 우승할 수 있도록 선봉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리람(태국)=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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