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이 한창인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 놀이터. 추운 날씨에도 놀이터까지 와놓고는 멋쩍게 서 있는 아이들에게 20대 남녀 세 명이 다가섰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금세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이들 9명이 강원구(26)씨, 박수연(24·여)씨, 권예슬(23·여)씨 곁에 모여들었다.
“자∼ 지금부터 술래잡기를 변형한 ‘좀비와 박사’라는 게임을 할 거야.” 강씨가 게임에 대해 설명한 뒤 ‘시작’을 외치자 아이들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꺄, 도망쳐!” 조용하던 놀이터는 아이들의 함성소리로 가득찼다. 어느새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고, 일부는 두툼한 외투를 벗어던진 채 놀이에 푹 빠졌다. 강씨 등과 아이들은 이날 두 시간 동안 게임을 바꿔 가며 한참을 뛰어놀았다.
어린이들이 최근 서울 중랑구의 세화어린이공원에서 플레이코치의 지도에 따라 뛰어놀고 있다. 플레이코치 제공 |
어린이들이 최근 서울 중랑구의 세화어린이공원에서 플레이코치의 지도에 따라 뛰어놀고 있다. 플레이코치 제공 |
강씨는 플레이코치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제가 어릴 적엔 친구들이 휴대전화나 메신저를 잘하지 않았음에도 놀이터에 나가면 항상 또래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때에 비해 놀 공간도, 연락 수단도 잘 마련돼 있지만 놀이터가 텅 비어 있거나 혼자 놀고 있는 아이들뿐이어서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아동·청소년의 방과후 여가활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다수의 아이들이 집에서 숙제 등 공부(48.5%)를 하거나 학원이나 과외(44.1%)를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하는 활동 1∼5위 중 놀이활동은 없었다.
이날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온 한 어머니는 “아이들끼리만 놀면 게임에 한계가 있지만 선생님들이 프로그램을 연계해 놀이활동을 하니 아이들이 더 신나할 뿐만 아니라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며 “이젠 토요일에는 어디 다른 데 가자고 해도 아이가 놀이터에 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혹시 모를 위험한 일이 걱정돼 아이를 놀이터에 잘 보내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이제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게임을 함께 하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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