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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현장] 원격의료 시범사업 3년째… 찬반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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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29 19:07:18 수정 : 2016-03-01 0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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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상효과·기술 안전성 입증” 의협 “검증 뒷전… 자화자찬 급급”
최근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는 원격의료다. 원격의료는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의사가 통신기기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곳의 환자를 진단·치료하는 시스템이다.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의료 접근성이 낮은 도서·산간벽지나 군부대, 원양 선박 등에 공간 제약 없이 편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혈압이나 혈당 측정 등 단순 검진을 위해 꾸준히 병원에 가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의 불편도 덜 수 있다. 그러나 시설·장비의 의학적 안전성과 오진 위험성 등 원격의료 상용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의지에 맞선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쟁점과 갈등이 경제적 이익이나 밥그릇 싸움보다는 국민 보건과 편의를 최우선에 두고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의료 선진화 위해 원격의료 도입해야”

원격의료는 정부의 숙원사업이다. 정부는 2014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3년째 시범사업만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취임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표적인 원격의료 전문가로, ‘원격의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등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장관으로 임명된 데도 원격의료 분야의 전문성이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정 장관이 취임하면 원격의료가 본격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 정 장관 취임 이후 원격의료 시범사업 규모가 확대되고 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9일 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1차 시범사업에는 18개 기관, 지난해 2차 시범사업에는 148개 기관이 참여했으나 올해 3차 시범사업에는 278개 기관이 참여한다. 시범사업 대상자도 지난해 5300명에서 올해 1만200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3차 시범사업 규모를 확대한 근거로 지난해 진행된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꺼내들었다. 시범사업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임상적 효과와 기술적 안전성도 입증됐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2차 시범사업 만족도는 도서벽지 83.0%, 노인요양시설 87.9%로 1차 시범사업(77%)보다 높게 나타났다. 도서벽지 주민의 88.9%가 ‘원격의료가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도움이 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환자가 약물 복용 시 처방에 잘 따르는 정도인 ‘복약 순응도’는 6점 만점 중 5.1점으로 원격의료 서비스 이전(4.83점)보다 높아졌고 혈압과 혈당 관리에서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되고 환자 만족도가 높았으며 안정성도 확보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격의료가 의료 접근성을 높여 의료복지를 실현하는 동시에 외국인 환자 유치나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도 도움을 줘 의료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이 '원격의료 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성급한 도입은 의료시스템 붕괴시킬 것”

그러나 의협은 정부의 시범사업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눈치다.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놓고도 의협은 “검증은 뒷전이고 자화자찬에만 급급하다”고 일축했다. 의협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것을 추가로 제공하면 수혜자 만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도 이것을 원격의료 효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범사업은 불투명하게 진행돼 신뢰할 수 없다”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결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로 △오진과 부작용 위험성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 △1차 병원 경영난 등을 들고 있다. 또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역에 필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닌 응급의료 등의 필수 의료 서비스인 만큼 원격의료로 의료복지를 실현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원격의료를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공공의료나 환자의 안전보다 경제논리를 앞세운 것이라고 의사단체는 의심한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환자 위주보다 산업적인 시각에서 원격의료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원격의료는 안 된다고 하면서 정작 의료 접근성이 낮은 도서벽지에 가서 근무 좀 하라고 하면 안 간다”며 의협 주장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의사들이 제 밥그릇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원격의료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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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성숙한 합의 필요

전문가들은 변화된 시대 환경에 따라 원격의료 도입을 언제까지 피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 모두 제 입장만 고집하기보다 머리를 맞대고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원격의료 찬반 주장 목소리에 양 측 모두 환자보다는 경제적 논리를 더 깔고 있다는 문제점을 꼬집으면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절충과 수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종로구의사회 강현수 회장은 지난달 종로구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진료도 새로운 의료체계로 정착될 날이 올 것”이라며 "반대만이 살길이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할 수 있는 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3차 시범사업을 추진할 때는 의협과 손잡고 진행하는 등 바람직한 원격의료 제도 도입에 의료계의 의견도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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