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고 시간도 부족한 현대인 10명 중 8명 가량은 시간보다는 돈을 더 소중히 여겼다. 현금과 시간의 부족함을 많이 느낄수록 경제 이슈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현금 및 시간 부족과 소비생활과의 관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3%가 평소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돈의 부족함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2014년 같은 조사 대비 소폭 상승한 결과다. 그에 비해 현금 부족을 별로 경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9%, 전혀 경험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다른 연령에 비해 30대가 현금 부족 상황에 더 많이 직면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돈,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이유
평소 현금 부족을 경험했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꼭 써야만 하는 돈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물가가 비싸다는 이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그만큼 생활비와 교육비 등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고정지출이 많아지고 있는 데다, 체감물가까지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도 현금 부족을 느끼는 중요한 이유였다. 2014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필수 지출 증가 △비싼 물가 △불확실한 미래 등을 현금 부족의 이유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모두 늘었다. 그 다음으로 △사고 싶은 것이 많고(35.7%) △경험하고 싶은 것이 많으며(27.6%) △가계 빚이 많아서(25.3%)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돈만큼이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상당했다. 전체 72.8%가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경험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역시 2014년 조사보다 소폭 상승했다. 그에 비해 평소 시간 부족을 별로 경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5.7%, 전혀 경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5%에 그쳤다.
3040대가 느끼는 시간의 부족함이 20대와 50대보다 훨씬 컸으며, 현금 부족을 많이 느낄수록 시간 부족도 많이 느끼는 경향이 뚜렷했다.
가장 바쁘게 일할 시기인 3040대가 여유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이 더욱 크다는 사실과 함께, 돈의 여유가 부족할수록 더 많은 시간을 일과 자기계발 등에 할애해야 하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040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바쁜 일상에 치이며 살아가
시간 부족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여가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서였다. 그만큼 바쁜 일상에 치이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잠을 충분히 잘 시간이 부족하고(35.3%) △하고 싶은 일이 많으며(29.1%) △가까운 사람들과 더 자주 시간을 가질 필요성을 느껴(27.2%)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체감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여가시간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과 식사에 사용되는 ‘필수시간’(18.5%)과 일과 학습을 포함하는 ‘의무시간’(15.4%)보다는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가활동 시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현대인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체 85.4% "시간보다 돈이 더 필요"
현금과 시간 중 소비자들이 좀 더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대상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보다는 현금, 즉 돈이 더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전체 85.4%가 현금이 더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은 14.6%에 그친 것이다.
시간보다 현금이 더 필요한 이유는 결국 모든 생활은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14년 조사보다 이런 응답이 증가했으며, 특히 30대가 많이 공감했다.
△수중에 돈이 없고(34.2%) △외부 불확실성이 크며(32.7%) △돈이 많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떳떳해지기 때문에(32%) △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했으며, 돈이 많으면 시간도 살 수 있다(24.7%)는 생각도 적지 않았다.
너무 쫓기듯이 생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큰 편이었다. △여유로운 삶에 대한 욕망은 30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싶다는 욕망은 50대 △너무 쫓기듯이 생활한다는 불만은 20대에서 많아, 각 연령별로 시간의 필요성을 보다 절실하게 느끼는 이유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명 중 8명 "평소 가계경제에 관심 많다"
현금과 시간 부족은 소비생활과 경제이슈에 대한 관심과도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었다. 전체 10명 중 8명이 평소 가정 내 경제적인 상황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응답한 가운데, 현금·시간 부족을 많이 경험할수록 가계 경제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거나 삶에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의 경우, 일상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계경제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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