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7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진행된 구단 훈련을 앞두고 “류현진의 캑터스리그(시범경기) 출전이나 5월 선발 복귀는 비현실적”이라고 밝혔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LA타임스는 이어 “류현진이 원하는 3가지(5월 복귀, 20경기 등판, 150이닝 소화)가 모두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로버츠 감독은 투구 재활 훈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류현진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앞부분을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면서 “하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류현진이 언제 돌아올지 날짜를 박지 않겠다. 이는 류현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류현진의 어깨는 아직 마운드에 설 정도로 정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월 말 “류현진은 5월 중순이나 말에 복귀할 것 같다”고 했고, 이날은 “5월 등판은 비현실적”이라고 다시 말을 바꿨다.
류현진(LA다저스)이 부상하기 전인 2014년 2월 시범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는 모습.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17일 류현진의 5월 복귀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혀 재활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합뉴스 |
최근 투수들이 가장 많이 받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의 경우 대부분 재활에 성공하고 수술 전보다 구속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어깨를 다친 투수의 재활은 실패한 경우가 많다. 대만 출신의 왕첸밍(36·캔자스시티 로열스)이 어깨 재활 실패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6~07년 2년 연속 19승을 올리며 뉴욕 양키스 에이스로 군림했던 왕첸밍은 2009년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이후 왕첸밍이 빅리그 무대를 밟은 것은 2011년. 하지만 왕첸밍은 수술 이전의 강력한 구위를 잃어버렸고 워싱턴, 토론토 등을 떠돌며 ‘저니맨’ 신세가 됐다. 왕첸밍은 최근 95마일의 강력한 구위를 회복하며 빅리그 복귀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어깨 수술 이후 7년 만에 제 구위를 되찾은 셈이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스포츠 전문의는 “지속적으로 어깨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선수의 경우에는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것만으로 충분한 일반인과 달리 여러 복합적 치료와 재활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재활에 상당한 기간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왕첸밍의 예는 최악의 케이스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기에 다저스는 류현진의 재활과정을 최대한 신중하게 진행하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예상외로 재활이 더디자 ‘빠른 복귀’보다 ‘확실한 재활’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올 겨울 스캇 캐즈미어, 마에다 겐타 등 선발요원을 여럿 영입한 다저스 역시 류현진이 당장 급하진 않다. 따라서 류현진의 ‘복귀 시점’은 예상보다 훨씬 늦춰질 수 있다. 다저스로선 류현진이 완벽한 몸상태로 돌아와 9월 이후 ‘가을 야구’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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