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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란다] "장기적 관점서 체질개선 나서라"

입력 : 2017-05-09 14:21:08 수정 : 2017-05-09 17: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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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서 성장 큰그림 마련해야
철저한 진단→구심점 확보→장단기 플랜 수립→ 경쟁력 강화


국내 경제 전문가 정책 조언. 그래픽=권소화 기자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차분히 그리고 천천히, 우리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일은 일순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실행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다시금 요구됩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또다시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할 경우 침체의 깊은 수렁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며 치밀하면서도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소비침체→일자리 감소→성장률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 실상에 대한 정확한 자가진단 및 구조개혁과 함께 미래성장동력 발굴, 기업의 글로벌화 촉진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같은 노력들이 힘을 발하기 위해서는 대선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앙금을 씻고 협치를 통한 통합과 성장 구심점 마련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 양극화 해소하고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야

세계파이낸스가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국내 주요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향후 바람직한 경제정책방향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한 결과, 우선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만연돼 있는 양극화 등 문제점을 공유한뒤 국민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시켜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해야 한다는 당부가 많았다.

경제전문가들은 양극화가 단순한 사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 해결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장과 분배를 포함한 경제문제와 함께 사회계층간 이해와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이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양극화는 세대간, 정규직·비정규직, 대·중소기업, 고소득·저소득층 등 여러 사안이 복합된 문제”라며 “고용문제 측면에서만 볼 때, 전통산업의 경쟁력이 상실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고용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중후장대형 대기업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이제는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쪽으로의 방향전환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 시립대 교수)은 "최근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의 분야가 수출 호조를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국내 경기가 좋아진 것 같지만 크게 봤을 때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찬찬히 들여다보면 위기의 기업들이 많다"고 진단했다.윤 위원장은 "기업정책이 제대로 서야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며 "공공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가진 자금이 부족하기에 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많이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복지, 재원, 기업의 일자리 부분 등을 복합적인 시각을 갖고 해결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모든 정책을 추진할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국내 경기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잠재 성장 능력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인구가 줄고 생산력이 낮아져 산업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새 정부는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연준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지점 골드PB부장도 "새로운 경제 정책이 나오는 경우 이를 집행하는 부서에서 성과달성에 집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경제 정책이 부처 성과 발표용으로 전략하게 되면 모든 경제주체가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 각종 규제 전면적 개편· 투자금융시장 활성화 절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새 정부가 4차산업혁명이 빠르게 전개되는 시대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소득을 올리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과잉공급 산업 분야에서 늘어나고 있는 한계기업들의 사전적 구조조정 추진, 신기술 분야에서 왕성한 창업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장벽을 허물고 능력별 임금결정제도를 확립하는 한편 다양한 업무형태를 허용하는 노동시장의 선진화 실현, 산업화 시대에 마련돼 새로운 시장 형성과 확대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의 전면적 개혁, 기술혁신과 신규투자를 유인하고 촉진할 수 있는 기술시장과 투자금융시장 활성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이와함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각계각층이 서로 고통분담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적극적인 투자유인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최근 주목받는 4차 산업혁명 분야를 한국이 주도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 유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엔젤투자자, 엔젤캐피탈 등을 모험자본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교육을 통해 투자 마인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조현수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컨설팅팀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과거와 같이 예금만 한다고 해서 부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 자본차익을 과거와 같이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면서 "투자마인드 개선을 통해 개인과 자본시장 발전을 함께 유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글로벌기업 육성· 중기벤처에 과감한 모험자본 공급

좁은 내수시장에선 더 이상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도 적극 추진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시장은 수요가 작아 테스트베드(Test Bed)에 불과하다. 양산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해외 거점 확대가 필요하다"며 "새 정부는 기업들이 해외 투자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충분한 해외시장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융합이 촉진되도록 서비스업법 입법화 등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미국의 테슬라가 적자 상태에서도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향후 GM과 포드를 대체할 회사로 인정받게 된 것을 사례로 들면서 “침체에 빠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들에 과감히 모험자본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 활력이 떨어진 저성장 기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경제 정책 방향 중 하나가 중소·벤처기업의 확대라는 점에서 중소벤처 기업 확대를 국가의 중요한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구체적인 모험자금 확대 방안으로 은행보다 자본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새 정부가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 정책을 확립해줄 것을 기대했다.


◇ 금융분야 과감한 규제 완화·금융소외 현상 해소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금융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제언도 적지 않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우리나라가 개발시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한정적인 재원을 은행으로 몰아서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수단으로 사용해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자본시장이 많이 커졌기 때문에 은행 중심보단 자본시장 중심의 성장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황 회장은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은행에 비해 자본시장을 옥죄고 있는 불리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분야에선 계층별로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과도한 개발정책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팀장은 "갚을 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제도는 필요하지만 잔금 대출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면 목돈이 묶여있는 세입자나 전세자금대출을 빌린 실수요층들이 내 집마련이 더욱 어렵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을 하거나 전세자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대출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이어 "현재 신도시 내 분양물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공급되면서 입주폭탄이 예고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공급물량이 해소될 때까지 택지지구 촉진법을 연기하는 등 공급량 조절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민금융대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포럼 회장은 "금융소외자가 '서민금융 시장'으로 진입하고 서민금융시장에서 '금융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선순환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채무자 개인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수"라고 말했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와 시장기능으로서의 금융을 명확히 구분하고, 지원 대상 설정 및 방법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조 회장은 "복지든 금융이든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종합적 진단과 처방이 핵심"이라면서 국가공인신용상담사 등 금융전문가를 활용한 '우리동네 금융주치의'제도의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를 통해 '포용적 금융(inclusive finance)'을 기초로 저신용자 전용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며 "서민금융기관이 제 기능을 다하고 가족 단위의 채무조정기능이 있어야 개인의 채무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급속한 인구고령화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성을 고려한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대환 동아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한국은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젊은 나라에 속하지만 인구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빨라 정부재정, 경제, 교육, 부동산 등 모든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복지는 주는 것은 쉽지만 뺏는 것은 어려운 속성을 지니므로 후세대를 위해 유지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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