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세종청사 12동 강당에는 미화(청소)·경비·시설관리·안내 등 7개 분야에서 일하는 청사 근로자 400여명과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모였다.
서울·세종·대전 등 전국 10개 정부청사에는 청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업무를 하는 용역업체 소속 파견 근로자 2천435명이 일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이들이 용역업체 소속 파견 직원이 아닌 정부청사 정규직원이 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다.
남성 중창단의 축하 공연으로 시작한 행사는 시종 밝은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정규직이 되는 각 분야 근로자들의 각오를 담은 동영상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다.
"직장에서 조금 더 길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는 통신관리원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는 특수경비원의 각오도 영상에 담겼다.
이들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공무원들의 축하 인사도 이어졌다.
'한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는 공무원들의 영상메시지가 나오자 유니폼을 입고 앉아있던 한 근로자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붉어진 눈시울을 닦기도 했다.
미화업무를 하는 방정숙 씨는 "지난 2주간 정규직전환신청서를 쓰고 면접을 보면서 심사를 받았는데 취업준비생의 심정이었다"며 "솔직히 '비정규직 제로'라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했는데 이제 정부청사 직원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근로자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1∼2년마다 한 번씩 쓰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종청사에서 미화업무를 담당하는 A(54)씨는 "나이 먹은 사람들인데 마음 편히 일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라고 강조하고 "재계약을 걱정하거나 반장(매니저)과 사이가 좋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점은 큰 걱정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여금을 비롯한 복지 수준에는 아쉬움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미화담당 근로자는 "설명회 때는 기존 상여금의 120%를 준다고 했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를 80%로 깎았다"며 "이런 상태로 (정규직) 근로계약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직원들끼리 앙금이 생기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윤해석 공공연대노조 세종지부 정부세종청사 특수경비 총분회장은 "고용불안이 해소된 점은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정부가) 1차로 고용안정, 2차로 복지 강화를 이야기했는데 복지 부분은 잘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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