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66· 사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극단미인의 김수희 대표의 '미투(나도 당했다)' 폭로를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키로 했다.
14일 연희단거리패 관계자는 "이 예술감독이 예전 일이라도 잘못된 일이었고 반성하는 게 맞다며 근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 지난 10일부터 30스튜디오에서 이윤택 연출로 공연 중인 연극 '수업'을 비롯해 예정된 모든 공연을 중단한다"고 했다.
▲ 이윤택은 누구
이윤택씨는 1990년대 연극계에 등장, '산씻김' '시민K' '오구' '바보각시' 등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1994년 '청부' '길떠나는 가족'으로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수상하면서 연극계 대세로 등장했다.
이후 '문제적인간, 연산', '오구', '시골선비 조남명' 등 히트작을 끊임없이 내 놓았다.
▲ "방으로 부르더니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후배 연출가 김수희 미투
이날 새벽 김수희 연출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사진)에 이윤택 성추행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김수희씨는 "10년도 (더 된)전의 일이다. '오구' 지방공연에 전 부치는 아낙으로 캐스팅이 됐다"며 미투를 시작했다.
김씨는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며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안 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고 권력의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자기 성기 가까이 내 손을 가져가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성기 주변을 문질렀다"고 했다.
김씨는 "나는 손을 뺐다. 그리고 그에게 '더는 못하겠습니다'란 말을 꺼냈다. 그의 방에 들어와 처음 했던 말이었던 거 같다. 나는 방을 나왔다"고 털어 놓았다.
김씨는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전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많이 고민하다 글을 쓰기로 했다. 쓰는 내도록 온 몸이 떨려온다"고 오랜 고민끝에 내놓은 미투임을 알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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