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성폭력 사범 100일간 특별 단속 / 음란 사이트 등 집중 모니터링 / 일베·오유… 우선 수사대상 정해 / “여성단체 눈치보나” 편파 논란 / 法 ‘홍대 몰카’ 징역 10개월 선고 / “얼굴 공개돼 피해 회복 불가능” / 서울대 총학, 교내 몰카글 올린 / 워마드 회원 3명 고발장 제출
경찰이 몰래카메라(몰카) 불법촬영물 유포 등 사이버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수사단을 출범하고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익대 나체사진 유포와 서울대 남자화장실 몰카 유포로 물의를 일으킨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는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찰이 일관된 치안 기조를 보여주지 못하고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청은 홍대 불법촬영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강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철구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치안감)을 단장으로 하는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신설해 오는 11월20일까지 100일간 사이버성폭력 사범을 특별 단속한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여성단체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촬영물 등 음란물 유통 온상으로 지목한 음란사이트 216곳, 웹하드 30곳, 헤비 업로더 257개 아이디, 커뮤니티 사이트 33곳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수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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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현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사팀은 사이버성폭력 범죄 단속ㆍ대응 강화를 목표로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고난도 사이버성폭력 사건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연합뉴스 |
그러나 경찰은 ‘일간베스트’(일베), ‘오늘의 유머’(유머) 등은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하면서 아동 음란물 사진 유포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워마드는 제외했다. 경찰 관계자는 “워마드와 관련해서도 음란물이든 명예훼손이든 별도 신고가 들어오면 모두 수사 대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소식에 일부 여성단체가 반발하고 나서자 일부러 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단 욕 먹는 건 피하고 보자는 ‘책상머리 치안’의 전형”이라며 “수사 대상에 일관성이 없다는 걸 경찰이 인정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편파수사 논란을 경찰이 자초하고 있다”며 “대상이 누구든지 성범죄를 엄단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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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회화과의 인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유출한 것으로 밝혀진 동료 모델 안모(25·왼쪽 두번째)씨가 지난 5월1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과 달리 법원과 대학,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성범죄에 강경 대응 입장을 내비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이은희 부장판사는 이날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모(25)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안씨는 지난 5월1일 워마드 게시판에 홍익대 미대에서 몰래 찍은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장판사는 “남성혐오 사이트에 피해자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게 해 심각한 확대재생산을 일으켰다”며 “처벌과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피해자 성별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장판사가 ‘남성혐오 사이트’로 지칭한 워마드 회원들은 게시글과 댓글로 분노를 드러냈다. 그들은 “초범인데 징역이 말이 되냐”, “인권탄압”, “이번 실형 선고야말로 편파 재판” 등 의견을 거칠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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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 고발한 서울대 총학 최근 남성 혐오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화장실 몰카’라는 게시물이 올려진 것과 관련, 서울대 신재용 총학생회장(오른쪽)이 13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른바 ‘서울대 몰카’ 게시글을 워마드에 올린 회원 3명에 대한 고발장을 이날 관악경찰서에 냈다. 지난달 29일 워마드에는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화장실 몰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이후 ‘학교 본부 몰카’, ‘인문대 몰카’ 등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방통위는 남성혐오와 여성혐오의 대립이 극에 달한 워마드와 일베 등 차별·비하·혐오 사이트에 대해 청소년 접근을 아예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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