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R&D규모 韓의 1.35배 달해/원화 강세로 수출 경쟁력도 잃어/中서는 완성차 업체중 가장 고전/美 무역확장법 25% 관세도 변수 한국자동차업계가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자고 나면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한국차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엔화약세 흐름은 취약해진 한국 자동차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할 최대복병으로 꼽힌다. 자동차 ‘굴기(우뚝섬)’에 나선 중국은 이미 투자와 전문인력부분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진단됐다. 미국에서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관세 최대피해국 역시 한국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현재도 미래도 기약하기 힘든 벼랑끝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썰렁한 선적장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 수출을 앞둔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중국 자동차산업이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있다. 자국 기업의 첨단기술 도입과 개발을 지원하면서 산업 주도권 확보에 매진한 결과다. 중국 정부는 10년 이내에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에너지차’(전기차·충전식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와 자율주행차 산업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까지 신에너지차 판매를 200만대로 늘리고, 2025년 신차 판매의 20%를 전기동력 자동차가 차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도 선진국 또는 자국 기업 간 기술협력을 늘리고 R&D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작년 말 발표한 ‘2017 EU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 등재된 세계 2500대 R&D 투자기업 중 162개가 자동차업체인데, 이들 중 중국 기업이 21%(34개)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은 7.4%(12개)에 그쳤다. 연구개발비 규모에서도 중국(54억유로)은 한국(40억유로)을 앞섰고, R&D 집약도 역시 한국 기업 평균은 2.42%로 중국 기업의 2.51%보다 낮았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수출을 앞둔 완성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처럼 날로 자동차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등 주요수출분야에서 제품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환율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며 “외환정책은 최소한 일본과 중국의 약세흐름에 적극 대응해 줘야 하고 대미 통상협상에도 전력을 기울여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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