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용균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추모물결이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일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규정 없이 위험한 일에 떠밀린 청년의 죽음에 많은 사람은 공감했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7일 국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했지만 내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범위가 위험물질을 다루는 일부 업종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 발전소 정비, 보수 업무나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점검하다 숨진 김군의 업무는 위험한 업무로 분류되지 않아 여전히 하청업체에 맡겨지게 됐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여전히 용균이의 친구들은 하청노동자로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내년에도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더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법률을 만들기 위한 싸움은 계속돼야 한다”고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점을 강조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자신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당시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10.9% 올려 8350원으로 확정했다. 최저임금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부터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온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휴수당은 1주일에 15시간 일한 노동자에게 ‘유급휴일’을 주는 것으로 휴일을 뺀 실제 일하는 시간의 시급을 따지면 최저시급은 1만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장되는 주휴수당을 명문화한 것뿐이지만 암묵적으로 이를 지급하지 않았던 사업장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집회를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일각에서는 ‘주휴수당 폐지론’도 제기되고 있다.
2018년 국민들이 가장 공분한 뉴스 중 하나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이었다. 전직 직원을 불러 뺨을 때리거나 칼과 활로 살아있는 닭을 잡으라고 명령하는 등 양 회장의 갑질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고 마약, 탈세, 직원사찰, 웹하드 카르텔 등 추가 혐의들이 연이어 폭로됐다. 결국 양 회장은 지난 11월 구속됐다.
양 회장의 구속 후에도 제2, 제3의 갑질은 계속해서 등장했다. 지난달 공개된 ‘잊혀질 권리’로 알려진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의 직원폭행 영상은 인터넷을 달구었다. 피해 직원은 2016년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3년 동안 송 대표에게 각종 협박과 상습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그를 고소했다. 같은 달에는 당뇨병 분야 권위자인 최수봉 건국대 충주병원 교수가 자신이 차린 회사 직원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목봉 체조를 시키는 영상이 공개됐다.
국회는 이 같은 직장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일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갑질이 발생했을 경우 사용자가 사실 확인 조치에 나서야 하지만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처벌 수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도 과제로 남았다.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그림. 이재문 기자. |
지난해 연말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찾을지 여부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연내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고 답방 날짜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21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 중이고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내 답방은 무산됐지만 2019년 답방에 대한 희망은 남겼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에 A4용지 두 장 분량의 친서를 보내 연내 답방 무산에 대한 아쉬움과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진심을 가지고 서로 만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며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는 답글을 남겼다. 김 위원장이 신년 서울 답방의 의사를 밝히며 남북 평화 기조에 다시 가속이 붙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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