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애국당 천막 세월호와 달라”… 강제철거는 14일부터 가능

강제철거는 14일부터 가능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어 있는 대한애국당 천막농성장. 연합뉴스

대한애국당이 기습적으로 설치한 광화문광장 농성 천막에 대해 서울시가 강력한 대응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세월호 천막과는 배경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13일 오후 8시까지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를 포함한 강력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나 실질적 철거는 14일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는 2017년 ‘탄핵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가 서울광장에 설치한 천막을 강제철거한 바 있다.

 김의승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허가 없이 불법으로 설치한 천막은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라며 “최대한 자진철거를 유도하되 부득이하면 강제집행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천막을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대한애국당 측에 보낸 상태다. 

 김 대변인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불법 설치한 측에서 자진해서 철거할 것을 기대한다. 강제철거가 불가능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법리해석을 잘못한 것”이라며 “이를 지켜보는 시민이 많은 만큼 대한애국당도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천막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광화문광장에 설치됐던 세월호 천막 3개동 역시 불법 시설물이었으나 자진철거 등의 권고 없이 4년 넘게 변상금이 부과됐다. 김 대변인은 “세월호 천막은 2014년 처음 설치할 때 정부의 종합적 지원 범위 내에서 서울시가 의료진, 생수, 햇볕을 피할 그늘 등을 먼저 제공한 부분도 있다”며 “직접 비교하기에는 여건과 배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시는 애국당이 철거할 때까지 광장 무단 사용에 따른 변상금도 부과할 방침이다. 변상금은 1시간에 1㎡당 주간은 12원, 야간은 약 16원이다.

 서울시가 강력한 대응 의지를 내비쳤지만, 애국당 천막 강제 철거는 13일에 집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행정대집행법 제4조에 따르면 행정대집행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 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해가 지기 전에 대집행에 착수한 경우와 비상시는 제외다. 서울시가 지난 11일 대한애국당에 예고한 자진철거 기한은 이날 오후 8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철거는 어렵다”며 “기한을 넘기면 강제 철거를 포함한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국열사 추모’를 이유로 천막을 설치한 대한애국당은 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이날 중 시에 사용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애국당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시 담당자들과 면담하고 자진 철거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서울시는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전달한 뒤 ‘현재 위치는 광장 통로인 만큼 승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불법 점거 상태에서 사용 신청을 승인하기는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정치적 목적의 농성은 조례가 규정한 광장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조례는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위한 공간으로 광장을 이용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서울시가 최근 광화문광장 불법시설물을 강제철거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서울광장의 경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와 관련해 ‘탄핵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탄무국)’가 서울광장에 불법 설치한 천막·텐트 41개동과 적치물을 행정대집행했다. 당시 탄무국이 불법천막 등을 기습 설치한지 130일 만이었다. 서울시는 130일 간 불법천막 자진철거를 유도하며, 자진철거 요청 문서를 9차례,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13차례 전달하고 무단점유 변상금을 5차례에 걸쳐 총 6300만원 부과했다.

송은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