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의붓아들이 질식사로 숨진 당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제주경찰청에서 넘겨받은 고씨의 휴대전화 3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2대를 정밀분석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기법 등을 이용해 고씨의 의붓아들 A(4)군이 숨진 지난 3월2일 전후 컴퓨터와 휴대폰 사용 기록 등을 복원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씨가 자신이 사는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에 단 댓글 내용도 확인됐다.
고씨는 3월2일 0시5분 아파트 입주 1주년 기념 행사 공지에 “(입주민 중에) 영유아, 초중고 자녀 두신 분들이 많아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다”며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특히 솜사탕 등을 이벤트식으로 넣어 입주자분들이 참여하는 즐거운 소통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적었다. 특히 솜사탕 이벤트에 대해 “솜사탕 직접 만들어주는 곳 보기 힘들더라.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의붓아들 A군은 댓글이 올라온 지 10시간 만인 당일 오전 10시쯤 코 주변에 혈흔이 묻은 채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씨의 현남편 B(37)씨는 지난 13일 고씨가 의붓아들을 죽인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B씨에 따르면 그는 A군과 함께 살기 위해 지난 2월28일 제주에서 청주로 아이를 데려왔다. 당시 양육에 합의했던 고씨가 아들이 오기 전부터 감기를 이유로 따로 자겠다거나, 감기 증세가 심하지 않은데도 숨지기 전날 밤 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확보한 B씨의 휴대폰 분석 자료 등을 종합해 고씨 부부를 조사하고 A군 죽음과의 연관성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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