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찾은 일본인 여성이 한국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지난 23일 피해를 본 여성 A씨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에 영상을 게재해 알려졌다. 경찰과 A씨 진술에 따르면 A씨는 남성의 추근거림에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일본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을 듣고 머리채를 잡히는 등의 피해를 봤다. 이 일로 A씨는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 목과 오른팔이 마비되고 앞으로 생활에 지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통원치료가 필요하다”면서도 “모든 한국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남성이 A씨에게 해를 가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 “남성 잘못”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여론은 남성을 향한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남성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냉각된 한일 관계를 비롯해 민간교류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한일 관계를 떠나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이라는 주장과 ‘여성 헌팅문화의 민낯’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여성이 영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나와 이를 본 일부에서 ‘조회수를 늘리려는 고의적 행동’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국내 누리꾼들이 여성이 운영하는 유튜브 페이지 등을 확인해 의혹은 가라앉았다.
◆일본은 “남성도 잘못했지만, 여성도 문제 있어”
일본에서도 남성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비판 여론은 남성뿐만이 아니라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게까지 확산해 댓글만 보면 당장이라도 한일 관계가 단절될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A씨도 ‘문제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27일 A씨 폭행 피해 보도를 낸 마이니치신문도 이점을 지적하며 한국에서 폭행당한 일본 여성이 왜 비난받아야 하나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신문이 지적한 내용을 보면 일본 특유의 ‘자기책임론’이 등장한다. SNS에는 “한일 관계가 악화한 지금 왜 한국에 갔나?”라는 의문에서 A씨의 한국행을 문제 삼고 이를 지적·비판하는 글 등이 이어졌다. A씨가 폭행당했지만 한국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자기책임론’은 일본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월드컵 일본의 조별리그가 진행된 날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혼잡한 틈을 노린 성추행이 잇따랐다. 여성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근절을 외쳤지만 혼잡한 곳을 스스로 찾아간 여성 잘못이 크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여성이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성추행 등을 미리 예견할 수 있었다는 황당한 이유를 든다.
◆“한국과 일본, 지금이야말로 교류를”
한국인 남성의 일본 여성 폭행과 이들을 향한 비판에 대해 전 교도통신 서울 특파원을 지낸 저널리스트 아오키 리는 “피해를 본 여성은 괴로운 심정일 것”이라면서 “심한 ‘공격(비판)’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특파원과 유학으로 5년 정도 한국에서 살았지만 일본인이라고 피해를 보거나 불쾌한 감정은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다”며 “오히려 평범한 한국 시민들은 일본인 따뜻하게 대해준다. 한일 정부 간 긴장이 고조된 지금 민간교류를 통해 서로 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한국 사람이 나쁜 건 아냐”
A씨 폭행 피해 보도를 낸 신문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페이지에 한국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게재하는 등 평소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는 한국에서 심한 욕과 폭행피해를 당하면서도 “모든 한국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A씨는 또 영상조작 의혹이 해소되자 “내 말을 믿어 준 한국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SNS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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