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 사진)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2일 열렸다.
이날 고씨 측 변호인은 고씨가 전 남편 강모(36)씨가 사망하기 전 졸피뎀 성분을 먹였다는 검찰 측 주장을 부인하는 데 주력했다. 또 우발 범행임을 입증하기 위해 사건 발생 장소인 제주 펜션 현장 검증도 요청했다. 현 남편으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해 고소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날 오후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1호 법정에서 고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고씨는 1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연녹색 수의를 입고 긴 머리를 앞으로 내려 얼굴을 완벽히 가린 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경찰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고유정의 이름과 신상정보,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의결했지만, 고유정은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
지난 6월7일 경찰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혀 얼굴이 공개됐다. 이후 경찰 체포 당시 영상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고씨는 숨진 강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친아들이 TV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고유정이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린 것에 대해 “머리를 묶게 해 얼굴이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에서 고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먹였다는 검찰 측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국립수사연구원(국과수)와 대검찰청이 각각 조사한 감정결과에 대해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피고인의 차량에서 나온 이불과 무릎담요에서 나온 혈흔에서 졸피뎀이 검출됐다고 주장한다”라며 “하지만 담요에서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혈흔이 모두 나왔다. 따라서 졸피뎀 성분이 피해자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피고인의 혈흔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사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동선, 혈흔 분사 흔적 등을 통해 정당방위를 입증하겠다”라며 ‘펜션 현장 검증’도 뒤늦게 요청했다. 당시 사건은 계획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씨 측 현장 검증 요청에 대해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다 되도록 (고씨는)모든 진술을 거부해오다 이제야 현장 검증을 요청하는 것은 진술을 짜맞추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씨 측은 또 고씨의 현 남편 전처의 가족을 증인으로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 남편으로부터 수시로 폭행 당한 사실이 있어 현재 고소한 상태”라며 “현남편은 피고인에 대한 거짓진술로 좋지 않은 여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지법은 사상 처음으로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배부했다. 고씨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법정에 들어서자, 일부 방청객들은 “뻔뻔하다”, “악랄한 X” 등 욕설을 퍼부었다. 또 고씨 변호인이 변론할 때마다 방청석에서 한숨 섞인 야유도 터져나왔다.
1차 공판 당시 한 시민이 고씨의 머리채를 붙잡고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날 법원 측은 고씨 호송에 인력을 강화하는 등 더욱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차례 훼손해 여러 장소에 유기한 혐의(살인과 사체 손괴·은닉)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아직까지 강씨의 시신을 단 한 조각도 찾지 못했으며, 사건이 발생한지 100일이 지나자 그의 유족들은 지난 27∼29일 강씨 머리카락 일곱 가닥과 옷가지 등을 가지고 장례식을 치렀다.
또한 경찰은 고씨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10분쯤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붓아들 A(5)군의 사망 원인과도 관련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경찰은 A군의 아버지인 고씨의 현 남편도 피의자로 전환해 ‘과실치사’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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