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세 번째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과 도출한 극적 합의안을 들고 귀향했다. 하지만 의회가 발목을 잡으며 합의안 승인투표는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EU에 브렉시트 3개월 연장을 요청했다. 다만 존슨 총리는 예정대로 오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BBC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은 37년 만에 토요일 개회를 통해 지난 17일 도출된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보류했다. 승인투표를 앞두고 집권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인 올리버 레트윈 경이 제출한 수정안이 범야권의 지지 속에 통과(찬성 322표, 반대 306표)됐기 때문이다. ‘레트윈 수정안’은 브렉시트 관련 이행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합의안보다 더 나은 결과는 있을 수 없다며 지지를 촉구한 존슨 총리는 등 떠밀리듯 EU 측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을 보내게 됐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지난달 제정된 ‘EU 탈퇴법’(벤 액트)은 이날까지 정부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에 내년 1월31일까지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존슨 총리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낸 서한은 총 3통이다. 브렉시트 연기 요청서의 사본, EU 주재 영국대사의 설명서, 존슨 총리의 연기 반대 이유를 설명하는 개인 편지 등이다. 존슨 총리는 연기 요청서에는 서명하지 않으면서도 개인 편지에는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존슨 총리의 의지와는 달리, 오는 31일 이전까지 브렉시트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존슨 정부는 관련 법안을 이번주 초 내놓고 첫 투표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이행 법률과 브렉시트 합의안, 둘 중 하나라도 의회가 어깃장을 놓게 되면 브렉시트는 지난 3월과 4월에 이어 또다시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U 내 일부 브렉시트 연기 반대 기류도 변수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 연장 요청이 막 도착했다”며 “나는 EU 지도자들과 어떻게 대응할지 상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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