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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5G 가입하고 정작 LTE만 사용하는 소비자들 ‘분통’

입력 : 2020-01-24 11:00:00 수정 : 2020-02-13 14: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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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도 제일 빨라야 하는 직업인데...5G가 안 잡혀요.”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박모(67)씨는 지난해 10월 ‘최고 속도’라는 말을 믿고 한 통신사의 ‘5G’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택시기사는 카카오택시, 티맵, 우버 등 휴대전화에 여러 내비게이션과 콜택시 앱(애플리케이션)을 켜놓는데 콜을 잡을 때 빠른 인터넷 속도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휴대전화 판매원 역시 박씨에게 “아버님, 택시 운전 하시면서 콜을 잘 받으려면 확실한 것으로 쓰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휴대전화를 구매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휴대전화 요금이 1만5000원대에서 6만원대로 훌쩍 뛰었지만 속도는 전혀 빨라지지 않았고 되레 통신이 자주 끊겨 동료 택시기사보다 콜을 늦게 잡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씨는 “운전 중에 5G가 잘 잡히지 않아 LTE로 바뀌는 과정에서 통신이 자주 끊기더라”며 “서비스센터에 고충을 전하니 서울시내 망 구성이 부족해 LTE망으로 설정하고 쓰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한숨 쉬었다. 결국 그는 휴대전화 설정을 LTE로 바꿔놓고 5G 요금제를 내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38)씨도 비슷한 고민을 토로했다. 업무 중 휴대전화로 촬영한 파일을 전송하는 일이 많다는 윤씨는 속도가 빠르다는 광고를 보고 지난해 6월 5G 휴대폰을 구입했다. 하지만 윤씨는 휴대폰에 ‘5G’라는 표시보다 ‘LTE’라는 표시를 훨씬 더 많이 본다고 토로했다. 강남대로 같은 일부 큰 대로변에선 ‘5G’가 잡히지만 서울 시내 골목이나 건물 안, 실내로 들어가면 ‘LTE’만 잡힌다고 했다. 4만원대로 사용하던 이전 LTE 요금제도 5G로 오면서 10만원 가까이 급격히 올랐다. 윤씨는 “5G를 사용하기로 한 거지 LTE를 사용하려고 비싼 요금을 내는 게 아니다”라며 “망 구성도 불안정한 상태인데 빨리 개통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소비자를 모집한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한 5G 이용자의 휴대전화에 LTE 통신이 잡혀있다. 독자 제공

◆ 빠르다고 해서 가입했지만...정작 서비스는 불통

 

‘20배 빠른 속도’, ‘세계 최고 속도’ 등 문구를 믿고 ‘5G’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요금제는 이전보다 꽤 비싸졌지만 망 구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빠른 속도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전국 ‘5G’ 망 구성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기약 없는 계획에 소비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통신사마다 홈페이지에는 ‘5G 커버리지(서비스 가능 지역)’이 표시돼 있다. SKT, KT, LG유플러스 3대 통신사 모두 수도권 대부분을 ‘5G 가능지역’으로 표시하고 있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능 지역으로 표시된 곳으로 가도 ‘5G’가 잡히지 않고 건물 안이나 고층 또는 지하로 들어가면 ‘5G’가 먹통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정모(60)씨는 “24층 아파트에서 5G가 터지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문의하니 5G 기지국이 15층 높이까지만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라며 “남양주로 일을 하러 다니는데 (5G 가능 지역으로 표시돼도) 5G가 켜진 적이 거의 없다”고 답답해했다.

 

지난해 9월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된 전국 5G 기지국은 9만755개로 87만개 수준인 LTE 기지국의 10%에 불과했다. 이중 대부분(97.55%)이 지상에 구축돼 건물 내, 지하 등에 구축된 기지국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2일 기준 SKT, KT, LG유플러스(왼쪽부터)의 서울 내 5G 사용 가능 지역 지도. 홈페이지 캡처

◆ 10명 중 7명 5G 서비스 불만…일부 소비자는 분쟁조정 나서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5G 사용자가 500만명에 육박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가 지난해 10월 ‘5G서비스 이용 실태 조사’를 한 결과 “‘5G’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76.6%에 달했다. 이들은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협소해서(25.6%) △5G와 LTE를 넘나들며 발생하는 통신 오류(25.6%) △요금이 비싸서(22.8%) △5G 데이터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부족(19.5%) 등을 불만 이유로 꼽았다.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며 통신사에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쟁조정을 진행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1차로 7명, 추가 접수로 10여명이 분쟁조정에 나선 상태고 온라인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110명을 넘었다”며 “분쟁조정을 위해선 5G 기지국이 설치된 곳에 있지만 휴대전화에 5G가 잡히지 않는 등 불편에 대한 증빙자료를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은 올해 건물 내 5G망을 대폭 구축하고 고성능 중계기를 도입하는 등 5G 품질 향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 3사는 대형 빌딩과 지하철 등에 공동으로 5G망 구성에 나섰고 전국 사용 가능 지역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도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구성하고 5G 휴대전화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5G 주파수 특성상 벽에 튕겨 나오는 경우가 많아 실내·외에 더 많은 중계기가 필요하고 LTE는 3G때 쓰던 중계기가 호환이 된 반면 5G는 중계기를 새로 깔아야 해 (5G가) 메인 망으로 사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5G 요금제의 경우 LTE 요금제 대비 전체 데이터 제공량이 많다”며 “5G 품질 문제나 5G 휴대전화에서 LTE로 넘어갈 때 발생하는 통신 오류 등은 현재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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