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를 앞둔 북한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고 12일 보도했다. 회의에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올해 국가계획이 조정되는 등 북한도 코로나19 사태를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김여정(사진) 당 제1부부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시키는 등 일부 인사가 단행되기도 했다.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3차회의에 앞서 북한이 당 정치국 회의부터 연 것은 김 위원장이 추구해 온 ‘당 중심 사회주의 체제’ 복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서는 최고인민회의에 앞선 당 정치국 회의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의결할 올해 예산도 승인됐다는 통신 보도로 미뤄 볼 때 연기된 최고인민회의는 금명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선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에서 결정된 일부 ‘정책적 과업’의 조정이 핵심 안건으로 부상됐다. 김 위원장이 ‘정면돌파전’을 강조하면서 직접 나서 설정한 경제성장 목표, 즉 ‘10대 전망’ 목표 수정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셈이다. 풀리지 않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통신은 “비루스(바이러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경과 대륙을 횡단하는 전 인류적인 대재앙으로 번져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당 정치국 회의에선 지난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제외됐던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같은 자리에 보선돼 복귀를 알렸다. 최근 잇따라 대남, 대미 담화를 내는 등 북한 지도부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넘어 실질적 권력 2인자로서 입지를 보다 확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지난 1월 초 외무상에 오른 리선권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지난해 말 군 총참모장에 오른 박정천은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의 항공군 추격습격기연대 시찰 소식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전투기들의 출격 준비 상태와 서부지구 영공방어임무 수행 상황을 파악한 뒤 추격습격기연대의 노고를 치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정치국 회의 내용으로 볼 때) 이번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는 어떤 ‘전환적 결정’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 맞서) 상황수습적 결정의 자리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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