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영유권 갈등 지역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를 관할하는 행정 구역을 설치했다고 발표한 직후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대형 상륙강습함과 미사일 순양함을 파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사태로 세계가 어수선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중국의 의도에 미국이 강하게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 19가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이 지역에서의 활동을 줄이지 않고, 더욱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최신형 강습상륙함인 중형 항공모함급 아메리카함과 미사일 순양함 벙커힐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으로 진입했다. 홍콩 명보는 아메리카함이 지난 19일 이 지역에서 F-35B 전투기, CH-53E 슈퍼 스탤리온 헬기 등 함재기 이착륙 훈련을 전개했다고 전했다. 미사일 구축함 배리도 역시 이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분석가들은 미 군함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으로 진입함에 따라서 이 지역에서의 양국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미군이 훈련하던 인근 바다에서는 수일 째 석유시추 작업을 벌이고 있던 말레이시아 회사 소속 선박을 중국 감시선이 계속 추적하고 있었으며, 또 중국과 호주 군함들도 가까운 곳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를 관할하는 행정 구역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중국 민정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에서 하이난성 싼사시 산하에 시사구와 난사구를 각각 둔다고 밝혔다. 시사구는 파라셀 군도와 인근 암초 등을 관할하고, 난사구는 스프래틀리 제도의 섬과 암초 및 해당 해역을 각각 관할한다고 전했다. 이 지역 미군의 존재감이 약해지자 곧바로 틈새를 노린 영향력 확대로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미 해군의 즉각적인 군함 파견과 훈련 공개는 중국 정부의 이같은 시도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미국 태평양 함대는 성명을 내고 “아메리카함의 작전 수행은 동맹국과 지역 내 파트너와의 공동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신속한 작전 투입을 통해 이 지역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중국이 랴오닝함 항모전단의 대만 인근 바다 파견에 대응해 전략 폭격기들의 무력시위를 공개하며 경고 신호를 보낸 바 있다. 6척으로 구성된 중국 랴오닝함 항모전단은 지난 11일 대만 동부 해협에서 탑재 헬기의 이·착륙과 대잠수함 훈련을 하고 이튿날 대만 동부 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바시 해협을 통과해 남중국해로 들어섰다. 미국은 이틀 뒤인 13일 태평양 괌 미 앤더슨 공군기지에서는 B-52폭격기 등 10여의 항공기들이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엘리펀트 워크(코끼리 걸음)를 선보이며 무력을 과시했다. 엘리펀트 워크는 전투기 등 군용기들이 출격에 앞서 대열을 지어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항모전단이 대만 동부 지역을 통과한 지 이틀 만에 미 태평양 사령부가 전략 폭격기 무력시위 사진을 공개한 것도 중국 항모전단에 대한 명백한 경고 의미다. 이미 미국은 최근 3주간 대만 인근에 전자정찰기 등 10차례 군용기를 발진시켰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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